바람수기 도서관 일기 _001_0311
#도서관일기
#도서관하루
3월부터 사서별명제 큐레이션을 하기로 했다.
사서들이 돌아가며 북큐레이션을 책임지기로 하고, 한 달 하루 전체 회의 시간에 서로 내민 기획을 토론해서 보충해주면서 진행하기로 한 것.
본인 이름을 걸고 하자는 뜻으로 ‘사서실명제’를 하고 싶었는데 부끄럼쟁이 사서들이 많아 ‘사서별명제’로 바꿨다.
3월 메인 큐레이션은 붕우사서의 ‘식물의 방’
요즘 유난히 힘든 자영업자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태 동네 꽃집에서 꽃을 사서 꽂고 싶단다.
그렇게 오늘 동네 꽃집 한 곳에 들러 사온 꽃이 놓였다.
요즘 너무 바빠 도서관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은 후다닥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살짝 꽃병 위치를 바꾸고 코를 들이댔다. 숨을 깊게 들이쉬니까 훅 꽃향이 난다.
아, 살 것 같다.
잠깐이라도 더 콧속에 두고 싶어 숨을 멈춘다.
그리고 한 권 한 권 책을 들춘다.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았던 식물들 이야기가 찌르르 다가온다.
이들에겐 고작의 삶을 사는 우리들이 얼마나 심약해 보일까.
훅. 숨을 뱉는다.
식물처럼 살아보자 생각한다.
쑥쑥 자란 높다란 발밑에도 가만 자기 잎사귀를 내미는 녀석들.
그리 살자 싶다. 들이킨 숨처럼 향이 있으면 더 좋을 테지만, 아니어도 괜찮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