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본 세상 (26) _[완두]
쉰아홉 번째 도서관대회에 다녀왔다. 전국 도서관 관계자 3000여 명이 모여 다양한 세미나와 사례 발표, 도서관 관련 전시를 진행하는 큰 행사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면으로 진행하는 첫 대회라 모두들 얼굴이 밝다. 열심히 배우려는 도서관 사람들로 거의 모든 세미나장이 꽉 찼다.
3일 내내 시간을 꽉 채워 듣고 싶은 세션을 찾아들었다. 손들고 질문도 하고. 그 가운데 가장 마음이 머문 발표가 있었으니 바로 ‘작은도서관, 새로운 콘텐츠를 실험하다-도서관 속 어린이 작업실 모야’였다.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가 함께 ‘실험’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도서관 안에 어린이들이 두드리고, 자르고, 붙이고, 박고, 생각할 수 있는 작업실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함께 입장할 수 없다. 아이들과 아이들을 거들 도서관 활동가만 들어갈 수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모야 작업실 속 아이들은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과정을 통해 모두 ‘자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운영자들은 아이들 유형을 열 가지로 구분하기도 하고, 통계를 쌓고 분석하여 그에 맞는 새로운 설계를 보태는 환류 과정을 가진다. 연구자와 실행가, 그들이 가진 가치들이 마음껏 실험되고 있는 셈이다.
‘왜 작은도서관이었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였다. ‘일상성’과 ‘관계성’. 작은도서관만큼 일상성이 살아있는 공간은 없다는 얘기. 또한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가장 민주적인 공간도 작은도서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역사는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 전후로 크게 달라진다. ‘조용하지 않아도 되는 도서관’ ‘누워서 책을 읽어도 되는 도서관’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도서관’ 은 적어도 공공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의 분위기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런데, 이 기적의도서관 모습은 그 당시 우리나라 작은도서관에서 따온 것이었다. 작은도서관의 ‘결’을 딴 기적의도서관은 엄숙하고 조용하게 자기 공부를 하는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를 뒤집는 결과를 낳았다.
그랬던, 작은도서관이 이번에 또 큰 실험을 한다. ‘새로운 이용자 개발’과 ‘어린이다운 어린이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를 도서관에서 실현한다. ‘작업장이 있는 도서관’이라니. 이런 실험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궁금해진다. (물론, 모야 프로젝트는 큰 도서관에서도 진행 중이다. 그 과정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림책 『완두』(글 다비드 칼리, 그림 세바스티앙 무랭, 이주영 옮김. 진선아이)에 나오는 주인공 ‘완두’는 작은 아이다. 옷도 엄마가 직접 지어주고, 신발은 인형에게 빌려 신는다. 하지만, 완두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자유롭다. 그러던 완두가 고난을 겪게 되는데 바로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곳엔 작은 완두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두가 큰 사람들에게 맞춰진 시스템에서 완두는 쉽지 않은 삶을 산다. ‘가엾은 완두. 이렇게 작으니 나중에 무엇이 될까?’ 선생님은 완두를 걱정한다. 하지만, 완두는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된다. 그리고 자기에게 딱 맞춰진 회사에 다닌다. 완두는 그곳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재미난 일을 한다. (완두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작아도 아주 작아도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답니다.’ 책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렇다. 사실 작다는 것은 좋은 예술가가 되고 안 되고 기준이 될 수 없다. 작다는 것이 좋은 도서관이 되고 안 되고 기준도 될 수 없다. 완두도 작은도서관도 ‘가여울 이유’가 없다. ‘제도권의 기준’을 ‘보편적 기준’으로 착각하는 사이 작은도서관은 오늘도 ‘새로운 이용자 발굴과 새로운 어린이 문화’라는 특별한 실험을 감행한다. ‘작업실을 담은 도서관.’ 작은도서관의 모야 프로젝트가 그 결과에 상관없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까닭이다.
(2022.10.21)
* 고양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옮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