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으로 모인 우리에 대한 낯선 감각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석했다.
시위는 처음으로 참여해 봤다.
오후 2시쯤에 여자친구와 함께 출발해서 갔다.
여의나루역에 내려서 국회 근처까지 걸어갔다.
사람들이 많았고 곳곳에서 퇴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대단한 마음으로 간 건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참여했다.
국회로 점점 다가갈수록 본 시위에도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고 많은 깃발들이 솟아있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다들 능숙한 전문가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어리숙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시위 구호를 내뱉는 것조차 어색한 사람들이 많았다.
잘 안 보이네.. 잘 안 들리네.. 하면서 머쓱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게 좋았다.
다 같이 머쓱해하고 어색해하지만 ,
열심히 참여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 연대감이 좋았다. 아직도 주변 사람들이 기억난다.
그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들, 손에 쥐고 있던 핫팩,
다양한 빛깔의 응원봉도 왜인지 기억난다.
시위가 격해질까 봐 두려움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그냥 소시민들이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많았다.
고루고루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진 않았다.
젊은 여성들과 중장년의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위에 어느 정도 익숙한 집단인 걸까?
괜시리 내 또래 남자들을 찾아보았지만 눈에 안보였다.
또 기억나는 것은 연설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공신력 있는 사람들이 연설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양한 단체의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북 확성기 주변에 사는 마을 농부,
철도노조 아저씨,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퀴어 페미니스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기회에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각 단체들의 의견에 모두가 100% 동의하진 않을 거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에서 이야기들을 들었다.
본래 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신념은 버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개인적 신념도 드러냈다.
그 신념에 모두가 동의할 순 없더라도,
서로 다른 우리가 모여 함께 외칠 수 있다는 상황이 좋았다.
여의도가 아닌 다른 광장에서라도
너와 나,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싶다.
우리가 시민으로 하나 된 게 너무 오랜만인 것 같다.
나에겐 오늘 하루가 많은 것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