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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Oct 07. 2016

'지적자본론' 이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몇 년 전이었지만, 이제야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리뷰를 하게 되었다. 타이밍이란 건 삶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은 늘 변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관심사가 세팅된다. 이직하게 되면서 일에 대한 관점이 바뀌며 새삼 '지적 자본론'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고, 이 글은 나를 매료시켰다.


개인적으로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우선으로 하는 성향이 있다. 그렇다고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과정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의 영광스러움은 순간의 찬사이지만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삶이 피폐해지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삶을 살던 백 퍼센트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고, 그래서 부족한 점도 많고 스스로 인지할 수 없는 욕망이 마음속에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 여태까지 해온 방식대로 회사를 운영한다.그렇게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그래서 여태까지 회사를 운영 해왔던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회사를 만드는건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지적자본론은 과정에 대해 집중한다.




지적자본론에서는 디자인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디자인적 사고를 가지는 것은 훈련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힘. 그것이 디자인적 사고이다.



이 책의 시작에 앞서,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디자이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디자이너는 관점을 달리 보고 그러한 관점으로 기획하는 사람이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다. 자유는 창조성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보고-연락-상담의 단계라는 일반적 회사에서의 단계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창조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관리라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 사람이 사람을 관리한다는 건 사실 착각에 불과하다고 rick은 말했다. 상사가 아랫사람을 관리가 가능하다면, 이직과 사퇴가 빈번한 건 왜 그런 걸까.

얼마 전, 모 대기업에 다니는 과장님과 만난 적 있다. 사적으로 친한 사이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중동으로 출장 다녀온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보고체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보고를 위한 보고는 정말 의미 없다고, 출장을 다녀오면 상사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너무 싫어서 보고서를 수십 장을 쓴다고 했다. 상사들은 사실 그 '출장'에 큰 관심이 없다. 단지 일이 잘 진행됐는지만 알고 싶을 뿐이라면서.

상사에게 보고를 하다 보면 목적과 수단을 잃어버린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게 된다. 사실 관리하는 것과 관리받는 것은 스스로 자유롭게 일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일이 잘 진행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게트 먹으며 탐독!


정말로, 자유는 굉장히 어렵다. 갓 대학생이 되던 스무 살의 일 년을 나는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자유란 존재할 수 없었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졸업하고 대학을 오니 모든 것이 자유였다. 한 없이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혼란스러웠던 1년을 보내고 나니 자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자유는 방종과 다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자유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자유는 복장 자유라던가, 규정이 없다와 같은 것이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유일 것이다.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무엇이 의무인지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자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려면 이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그리고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자유로운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크게 기, 승, 전, 결 네 단계로 구성되어있다.


기_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기업들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급변하는 시대에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대의 흐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다.

이제는 상품이 넘쳐나고, 플랫폼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제안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플랫폼에서 고객이 선택하는 것, 고객이 인정해 줄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다. 각각의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고, 선택해주고, 제안해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만든 CCC라는 회사 철학은 '고객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단순한 키워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제안'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제안이란 건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있는가, 하는 것이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가시화하고 디자인으로 제안하는 것, 그것이 지적자본이라는 것이다.

'기' 부분을 읽다 보니 문득 이케아가 생각났다. 광명 이케아 쇼룸에 가보면, 일반 가구점에서 침대면 침대, 책상은 책상처럼 구획별로 묶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런 라이프스타일로도 생활할 수 있어요"라고 소비자들에게 말을 걸듯 전시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제안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셀프-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내 방으로 옮겨 놓았을 때 내 생활의 퀄리티가 얼마나 높아질지 상상하면서.

@IKEA SHOWROOM



승_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요즘 한국에서도 독립서점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내가 사는 망원동만 해도 1년 사이에 3개 이상 생겼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점은 사양사업이었는데 취향의 큐레이션 해주는 독립서점이 생기면서 새로운 구도가 펼쳐졌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도 마찬가지다. 여태껏 서점이 서적을 판매했기 때문에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것이다. 츠타야 서점은 유통,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 구축했다. 여행 구역이라면 '예술적 측면에서 마법의 도시 프라하를 안내하자'는 식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전_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시대에 실물 매장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구글에서 클릭 몇 번으로 리서치를 대부분 할 수 있다. 가보지 못한 곳을 간접 경험할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연결될 수 있다. 인터넷의 가상 매장은 면적에 크게 제약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편리하다. 이렇게 보면 온라인은 크게 이점이 많은 것으로 보여서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다시는 회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회사이다. 공간 디자인이 베이스인 나는 처음에 온라인 공간이 낯설었다. 오프라인 공간이 나에겐 더 큰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 있다 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히 융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지적 자본론'은 그 생각을 강화시켰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공간을 갖추게 되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결집이 구동력이 되어 창조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 편안함이나 쾌적함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런 것들은 자연스러운 햇살과 그늘의 조화, 바람 등 풍경에서 발생한다. 빛은 풍경을 만들어 내며, 빛이 없으면 사람은 사물을 볼 수 없다. 편하다는 감각은 중요하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고 그 속에서 우리는 행복감을 찾으니 말이다. 즉 즉시성과 직접 정은 대체될 수 없는 오프라인 공간의 장점이다.



@다이칸 야마 츠타야 서점 외부


결_ 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건축에서는 휴먼스케일에 대해 빈번히 이야기한다. 사람이 가장 편안한 공간이 휴먼스케일을 가졌을 때다. CCC라는 회사에서 주장하는 것도 회사의 형태가 휴먼스케일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고객과 페이스 투 페이스로 대응하는 것이 풍부한 기동성을 갖춘 회사를 만들 수 있고 사람들 각자가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지적자본론을 읽고 나니, 쾌적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미래의 클라이언트들에게 제안하고 싶어 진다. 이런 삶도 있다고. 이렇게 일할 수도 있다고.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nstagram_ noonbusin

http://noonbusin.weeb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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