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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Aug 29. 2016

건축가가 없는 건축

네이버의 연수원 '커넥트원'  

@성수동 카우앤독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깊은 고민이 담긴 공간의 주제로 하는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근본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하드웨어인 공간을 표현이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 커넥트원은 사용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연수원에 대한 이미지 -
 딱딱하고 지루한 그다지 의미 없지만 어쩔 수 없이 가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네이버는 그런 연수원을 이미지를 탈피하고 진정한 연수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네이버 직원들이 연수원에서 스스로 배우고 나오기를 바랐던 것.


대한민국에서 IT업계의 1위라는 포지셔닝이 주는 한계로 네이버는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발명이 아니라 '발견'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야 했다. 그래서 과감히 연수원에서 '교육'이라는 요소를 제거했다. 이 곳은 교육을 받는 곳이 아닌, 스스로 깨닫고 발견해야 하는 공간이어야만 했다. 

커넥트원은 5년 동안 설계부터 완공까지 진행되었는데 지금 시대에 5년이면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우리는 불과 5년 전부터 스마트폰의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그 사이에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5년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을 따라오기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첫 3년 동안의 설계가 엎어지고 재설계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캠퍼스 원과 데이터센터각에 대한 소개
@네이밍

춘천에 있는 커넥트원은 DB를 아카이빙 한 데이터센터각과 함께 있다.

네이밍은 연수원인 커넥트원은 서'원'의 끝장에서 따왔고, 데이터센터각은 규장'각'의 끝장에서 따와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간의 명칭  숙소동, 강당 동이라는 이름 대신 ONE1, ONE2, ONE3으로 구성하였다. 규정지으면 그대로 행동하기 마련이고, 집중 몰입에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더 재밌는 것은, 그들의 ROOM의 네이밍은 1.20 / 2.30 /3.1 등 아라비아 숫자로만 구성하였다. 숫자는 만국 공통어이고, 인포그래픽적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공간의 단순함을 더했다. 

1.20에서 1은 층수를 말하며 뒤의 20은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외국인이 와도 직관적으로 방안에서 어떤 행위가 일어날 수 있겠구나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커넥트원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차원에서 보자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표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로비 입구에 인포메이션 존 대신 자유롭게 일할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여 사람들이 행동을 디자인함으로써 기업의 첫 번째 이미지를 만들었다. 두 번째, 예산을 엄청나게 투자해서 만든 공간인 만큼 돈을 쓰는 원칙이 있었다. 내부에 공간디자인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업계의 단가를 알고 있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친환경적 자재를 사용하여 무엇보다 '안전'에 비중을 두었다. 또한 모든 창에 차양을 달아 에너지를 30% 절감과 동시에 밤새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빛공해 차단까지 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공간 사용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엊은 경험과 내공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욱더 사용자의 입장에서 커넥트원을 설계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건축가가 없는 건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그린팩토리를 설계한 디자이너는 그린팩토리를 만들고 나서 네이버가 갑자기 늙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직원들에게 모든 걸 다 제공해주니 그 모든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그 부분을 해결하고자 '경험'적 공간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교육 콘텐츠를 없애고 스스로의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서양에서의 '토론'방식과 동양에서의 '사색'이라는 방법을 가져와 공간으로 풀이했다. 즉, 채워져 있는 공간이 여태까지의 연수원이었다면 채우는 공간이 앞으로의 연수원 키 콘셉트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No hierarchy 공간을 위해 토론 공간 테이블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게다가 주로 문 근처에 직급이 높은 사람이 앉는다는 관찰 결과 문을 2개를 만들었다. 사색의 공간을 위해서는 산책길 조성과 1인사용자 공간도 만들었다. 


일본 건축계의 거장 '구마겐코'가 기획설계를 하였고, 실시설계는 DMP, 시공은 대림산업에서 했다고 하니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인 건 확실하다. 그러니 좋은 공간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네임밸류가 있는 곳과 함께하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간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정말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기업문화를 볼 수 있었다. 네이버는 1등 기업, 그래서 치열하게, 지독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것들이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숙소마저 그랬다. 숙소에는 침대의 길이만큼 큰 책상이 있었으며, 혼자 있는 시간마저도 '일'과 연관이 돼있는 몰입을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은 확실하지만 확실히 무언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여기에 오면 무엇인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강박관념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로, 공간의 완성은 '운영' 까지 생각하는 것인데, 그 점까지는 미흡한 것 같았다. 마지막 분리수거는 어떻게 하지? 클리너분들을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하지? 까지의 생각이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공간을 규정짓는 것이 싫어서 ONE1, ONE1, ONE3등으로 이름을 지었다면서 버닝 룸, 집중 룸 등 공간의 네이밍을 정한점이 아쉬웠다. 공간을 규정하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유발은 되겠지만, 공간이 규정되면서 행동의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닝 룸에 들어가면 끝날때까지 토론을 해야했으므로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니 이해가 갔다.


CX라는 말을 네이버에서 새로이 만들었다고 한다. UI, UX처럼 CX는 Culture Experience인데, 다른 경험을 한 사람만이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CX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나 역시 '경험'적 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과 질좋은 경험이야말로 미지의 세계,새로운 세계를 보는 관점을 만들어 주니까 말이다.

우리회사의 공간은 어떻게 만들지 커넥트원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수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것같다.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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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oonbusin.weeb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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