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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Dec 09. 2016

우유가게 망원정

망원동에서 우유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망원동이 지금처럼 힙한 동네가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망원동이 힙한 동네라고 사람들이 여기는 이유는 망원동에 있는 '사람들'이 힙스터들이기 때문이다. 힙스터들이 구성한 공간이 힙한 동네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고 그래서 망원동은 뉴스 기사나, sns , 블로거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동네라고 소문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임대료가 높아지고 프랜차이즈들의 성지가 돼가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이다.

어쨌든 그렇게 힙한동네가 되기까지는 동네의 가게가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

우유가게 망원정은 커피를 파는 다른 카페들과 달리 우유만 취급하는 가게이다. 망원정이 오픈한 날부터 알게 되었는데 주인 '나무'언니를 알게 된 건 지금은 해방촌으로 터를 옮긴 허 사랑 한복의 언니의 소개로였다.

3월에 오픈했던 우유가게 망원정은 사실상 12월부터 주인 언니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되었지만, 망원정에서 시도했던 것들이 재밌었기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망원정을 운영하고 있는 '나무' 언니와 그녀의 미국인 남자 친구인 '마이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망원정이라는 가게를 오픈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망원정은 원래 반년 정도는 작업실이었어요. 홍대보다 주거와 상업공간의 임대료가 저렴해서 망원동에서 처음 작업실을 차렸어요. 작업실 용도로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주위에 상권이 형성되어가는 게 눈에 보였어요. 처음은단순히 나도 가게를 차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해서 지금의 망원정이 되었던 거죠. 






우유가 메인이잖아요. 왜 하필 우유를 주 메뉴로 선정하신 거예요?


커피를 파는 곳은 주위에 많아요. 바로 옆집은 인생 커피라는 동경도 있고, 커피는 제가 판매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지 사 먹을 수가 있죠. 커피머신이 비싼 것도 한몫하고요. 그래서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찾은것이 짜이였죠.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여행을 많이 갔었는데 인도에서 짜이를 끓이는 법을 배웠어요. 레지던시에 거주하면서 같이 지내는 인도 사람들에게 짜이끓이는 것을 배우고나서 나중에는 제가 끓여드리곤 했는데 그때는 심사받는 느낌이었죠. 현지 음식을 외국인이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다들 맛있게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농담으로 서울에서 짜이 팔까? 하고 얘기했더니 다들 해봐 재료는 내가 보내줄게 라고 했었어요. 실제로 그분들이 재료도 공수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짜이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는데 인도에서 배탈 났을 때 강황 우유를 주시더라고요. 인도에서는 배탈 나면 손주에게 먹이는 느낌인 할머니 레시피였던 거죠. 아플 때 먹으니까 얼마나 맛있던지. 그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우유가게는 찾기 힘들 것 같은데 희소성 있는 만큼 운영을 잘 되셨나요?


돈을 버는 것이 오로지 목적이었으면 우울했을 거예요.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돈을 많이 벌진 못했어요. 하지만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면 알지 못했을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과 또 다른 위치에서 친해질 수 있었던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이것저것 실험해 보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고요. 우유가게이기도 하지만 제가 여행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면 다른 사람들이 일일 주인이 되어 자신들의 실험 키친을 운영하기도 했었어요. 제 남자친구인 마이클도 망원정 일을 도와주면서 제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미국일본 가정식도 판매하기도 했었고, 우유랑 잘 어울리는 샌드위치 레시피도 개발해서 판매하기도 했었죠.



 


두 분은 그럼 전직은 무엇인가요?


마이클: 저는 뉴욕 출신이에요. 자립하고자 한국으로 왔고 서울에서 5년을 보냈어요. 미국에서 예술분야의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2년 동안 원어민 교사도 했었지만 본업은 사진작가이자 그림도 그리는 아티스트예요.

서울에서 5년을 거주하면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어요. 매일 밖으로 나가서 저의 코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죠. 아, 코를 따라간다는 말은 본능적 감각을 따라간다는 뜻이에요. 매일매일 사진을 찍는다는 게 저한테는 의미가 있어요.

나무: 저는 직장은 없었지만 직업은 항상 있었어요. 그림도 그리고 설치도 하고, 활용도가 없어진 물건을 다시 재생하여 새로운 용도를 만드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지금은 보시다시피 망원정에서 사장을 하고 있고요.

망원정 또한 오래된 물건을 가져와서 이곳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가게 사장이 된 건 망원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처음이었던 거죠. 





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은 무엇이셨어요?


가게는 열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장사를 하기 위해서 각 잡고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망원동도 점점 그런 분들이 늘어나는데 그분들은 하루 매출을 생각하고 가게를 구상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비즈니스에 포함시키는 것들이 보이면서 이 리그가 순수하게 내가 원했던 곳은 아니었구나 어렴풋이 생각하게 되었죠.  무엇보다 돈을 벌게 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이 이동할까 봐 무섭기도 했어요. 만약 제가 확실한 철학이 있고 이게 나의 업이다 생각했으면 이겨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업이라기보다는 아직도 Fan 수준이에요. 음식 와 음료를 사랑하는 정도의. 그래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망원정을 기획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기획력을 가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학교에서부터 회사까지 지시하는 수직적 문화가 만연해 있어서 자기 기획력, 기획안에 대해 책임을 져본 경험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누군가 대신 책임져주는 삶을 살았고 끝맺음이 명확치 않았죠. 이미 대안이 정해져 있었고 선택해서 살기만 하면 되는 삶이 우리 사회에 지배적인 분위기라 망원정을 운영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 망원정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망원동의 옛 유래라고 알고 있는데, 왜 망원정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지으셨어요?


망원동에 2014년 1월부터 거주하면서 한 번도 '망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서 찾아보니 망원은 멀리 잘 볼 수 있음을 뜻하더라고요. 작업하는 사람들은 멀리 내다보고 일하는 것이 힘들어요. 그래서 나 자신에게 멀리 보면서 살아라,라고 하고싶어서 망원정이라고 지었죠. 두 번째로는 망원동에서 영어 이름이 아닌 한글 이름으로 네이밍을 정하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왔을 때 이 골목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동네 주민분들이 늘 지나다니시고, 애기들이 학교를 다니고 할머니들이 낮에 많이 지나다니셔서 망원동과 위화감 없는 이름을 짓고 싶었던 점도 있죠.


2016년 12월부터 망원정이 문을 닫는다고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세요?


나무: 앞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아마 이탈리아로 가게 될 것 같아요. 저한테 잘 맞았던 나라이기도하고 날씨도 마음에 들고, 사람들도 마음에 들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잘 아는 나라이기도해서요.

거기선 그림을 그릴 수도 안 그릴 수도 있어요. 빈티지 쇼핑몰을 운영할 수도 있고 공부도 할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명확한 계획은 없지만, 외국인이 외국에서 살 때 어떤 포지션으로 사는지에 따라 현지인이 받아들여지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마 학생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

마이클: 한국과 최근 더 각별히 정이 많이 들긴 했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건 장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탈리아로 간다면 좋은 경험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점과 관점이니까요.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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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oonbusin.weeb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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