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의 세련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망원동 주민이기 때문에 망원동을 거닐고 다니면서 망원동에 대해 속속히 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골목을 지나다닐 때마다 새로운 우주가 펼쳐졌고, 개성 있는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등산도 마찬가지였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서 골목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알 수 있수 있었을 텐데 나는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등산이라는 가게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우연히 발견한 등산을 보고 언제 이런 곳에 가게가 생겼지? 생기지 얼마 되지 않았나 생각을 했었지만 등산은 2016년 5월 5일에 오픈했다고 한다.
망원동은 크기는 작지만 자신들만의 철학이 있는 가게들이 생기고 있다. 등산 역시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정체성 있는 톤 앤 매너를 유지하고 있다.
망원동에서 세련됨과 시크함을 담당하고 있는 가게 등산을 인터뷰해보았다.
등산이라는 이름이 카페, 펍과는 생소해요. 어떤 뜻인가요?
흔히 친구들과 운동이나 다이어트 약속으로 등산 가자고 정하는 일이 있잖아요. 한때 친구들이랑 저는 등산 약속을 많이 잡았었어요. 결국 등산은 잘 안 가게 되고 약속 잡았던 멤버들끼리 술 마시고 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농담으로 나중에 등산이라는 가게를 차릴 거니까 그때는 진짜 등산 가자 라는 말장난으로 시작했어요. '등산 가자'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요.
네이밍의 에피소드가 재밌네요. 그럼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몇년전 편입을 준비할 때, 용돈벌이 하고자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3년 반 동안 하게 되었죠. 커피를 하는 게 재밌었어요.
같이 운영하고 있는 친구는 코우너 스라는 그래픽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이너였고 지금도 겸하고 있어요.
왜 망원동에서 오픈하셨는지 궁급합니다.
홍대 상권을 좋아해요. 아마 망원동에서 오픈하신 분들은 그럴 거예요. 홍대 상권은 좋아하지만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은 임대료가 높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망원동은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재밌다고 생각하고요.
등산은 어떤 가게인가요?
등산은 커피와 술 그리고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예요.
처음에는 술을 파는 가게로만 운영하려고 했는데, 제가 커피를 했던 재능도 아깝기도 하고 어차피 임대료는 한번 내는데 낮시간을 비어 두기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핸드드립을 팔아보자 생각해서 낮에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술도 팔게 된 거죠. 낮에 커피를 판매한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손님이 적어도 괜찮으니 그 시간에 저녁재료 준비하면서 팔아볼까 생각했었는데 카페가 더 커졌어요.
등산의 메뉴판도 톤 앤 매너를 로고와 톤 앤 매너를 맞추신 거 같네요. 음식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요?
메뉴를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 채식이 위주예요. 저희 가게 이름이 등산이잖아요. 등산과 어울리는 건강한 삶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산의 음식은 대부분 채식 위주이며 해산물, 고기는 들어가더라도 적죠.
메뉴들도 bar에 파는 메뉴이다 보니 무겁지 않고 시금치 페스토처럼 담백한 맛을 내고자 선정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골목을 헤매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있다면 손님들의 기대에부응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메뉴선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요.
가구가 굉장히 독특해요, 어떤 콘셉트로 공간 디자인을 하신 거죠?
입구 파사드에 로고를 보시면 산형태로 되어있죠? 등산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만든 거고, 저희 메뉴판도 그래요. '등산'에 어울리는 이미지로 보이게 제작했죠. 공간 역시 저희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반적인 '파란'컬러색은 저희가 지정했고, 공간이 좁기 때문에 옆사람과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파티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나머지를 제외하고는 저희의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얘기한 후 전적으로 길종상가에 제작 가구를 맡겼습니다. 길종 씨께서 잘해주신 거죠.(웃음)
가게를 운영하신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간판이 일반적인 간판이 아니라 입간판 하나밖에 없어요. 길종상가에 의뢰한 입간판을 가져온 날, 저희 가게 앞에 진열이 해놓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사라진 거예요. 아마 저희 가게 앞에 전봇대가 있는데 그걸보고 폐기물로 착각하신 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입간판을 찾기 위해 잠시 가게 문을 잠시 닫고 고물상과 경찰서를 찾아다녔는데 결과적으로 그다음 날 아침 출근해보니 가게 앞에 놓아져 있었어요. 그게 가장 황당했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앞으로도 꾸준히 메뉴개발도 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합니다. 반짝 하고 사라지는 가게가 아닌 늘 오고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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