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onbusin Nov 21. 2017

서로를 향해 '빛나는' 영화 리뷰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는 영화


영화 음성 해설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영화 음성 해설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음성 해설자는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설자를 말한다. 일반인은 그냥 영화를 보면 되지만, 시각장애인은 시각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시각 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음성으로 적절한 해설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음성 해설자인 것이다.


영화 음성 해설은 섬세한 작업이다. 많은 해설을 하게 되면 상상력을 잃어버려 영화에 방해가 되며, 너무 적은 해설을 하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객관적, 주관적 기준을 가지고 해설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에게 영화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흔히 영화를 '본다'라고 하지 영화는 '듣는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영화는 본다는 건, 상상으로 보는 것이다. 영화 음성 해설자의 말, 영화 속 주인공 들으 대사를 토대로 느끼고, 혼자만의 영화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보는 것, 어쩌면 일반 관람객보다 더 영화를 잘 이해하고, 음미하고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책 속 활자를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책을 토대로 만든 영화를 보면 실망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나에게 영화는 몰입의 순간이다.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화관을 방문하는 행위를 정말 좋아한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불이 꺼지는 순간 나는 스위치가 전환되듯 영화에 몰입되기 시작한다. 육체는 영화관에 있지만 내 정신은 영화 속에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몰입이 가능한 장소가 영화관이다. 그래서 나에겐 영화와 영화관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나에게 영화는 다른 세상으로의  '몰입'인 것이다.




영화 '빛나는'은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와 영화 음성 해설자가 만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만들어가는 스토리이다. '사랑'이 메인 스토리라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빛나는 것을,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영화 속 포토그래퍼 '나카모리'의 극 중 대사에서 카메라를 훔친 이에게 말한다.

"내 심장이야. 멎어버리긴 했어도 내 심장이라고"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포토그래퍼처럼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걸 떼어낸다는 건,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떠한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절망을 감내해야 할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나카모리는 초보 해설자 미사코를 만나게 되면서 심장같이 여기던 카메라를  결국 던져버린다. 카메라를 던지는 행위는 결코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다. 카메라를 던져 버림으로써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포기 라는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을 더욱 이해하게 되는 것. 그러면서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기다. 


시각을 잃은 포토그래퍼는 더 이상 눈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가슴으로 찍고 간직한다. 

서로를 향해 반짝반짝 빛나는.


 

Instagram_ noonbusin

http://noonbusin.weebl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