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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Sep 20. 2016

코브라 파스타 클럽

'루저들의 왕'의 파스타 가게

@코브라파스타클럽 파사드

망원 한강공원으로 가는 길목 즈음에 간판도 없는 가게가 있다. 언뜻 지나칠 수도 있는 법한 이 작은 가게의 이름은 코브라파스타클럽이다. 2015년 9월 5일에 문을 연 코브라파스타클럽은 이제 1년 된 가게지만 입소문을 통해 예약하기도 벅찬 곳이 되었다. 저녁 10시, 영업 마감시간에서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코브라 파스타 클럽, 이름이 독특한데 무슨 뜻인가요?


음,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큰 뜻은 없어요. 일단 들으면 웃기잖아요? 그리고 입에 잘 붙고. 근데 그런 거 있잖아요. 웃긴데 혼자 진지한. 다른 사람들은 막 웃고 있는데 저만 혼자 진지한 거예요. 제가 그런 키치 한 것, 키치 한 문화를 좋아해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처럼 B급 감성, 이국적인 키치함 그런 것들이 좋아서 붙였어요.




망원동이 힙한 동네가 되어가고 있는데 일조를 하시는데, 망원동에서 가게를 오픈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홍대에 가게를 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홍대는 임대료가 높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원동으로 둥지를 틀게 된 거죠. 망원동에서도 길목이 아닌 구석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취향을 녹여서 만들자고 생각을 했어요. 제 취향을 녹여서 만드는 공간의 타깃은 명확해요. 현실 부적응자들, 흔히들 오타쿠들이라고 하죠? 그런 사람들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냥 지친 퇴근길에 들려서 맥주 한잔 하면서 비디오테이프 보거나 음악 듣는 그런 거요.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예약도 하기 힘든 그런 가게가 되었잖아요? (웃음) 


저도 사실 처음엔 놀라고 신기했죠. 가게 오픈한 지 일주일 만에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그때가 아직도 생각나요. 장보고 어디 잠깐 다녀온 사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거예요. 아마 인스타에서 유명한 사람이 다녀와서 리뷰를 했나 봐요.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던 거죠. 그리고 요즘에 강남이나 잠실에 있는 분들이 외제차 많이 타고들 오셔서 망원동 투어를 해요. 그 덕분에 더 알려지게 된 것 같아요.

가게 크기는 한정돼있고, 일은 혼자서 하는데 사람들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손님들도 원해서 예약제로 지금 운영하고 있어요. 





예약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다던데, 사실 저도 여러 번 튕겼어요.


예약에 대한 오해가 많아요. 인스타 팔로우 많은 사람들 위주로 예약해준다, 얼굴 예쁜 사람 해준다, 뭐가 그렇게 대단 하기에 예약하기가 그렇게 힘드냐는 말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에요. 저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하고 있어서 그걸 일일이 확인할 시간이 없어요. PM 10:30 분 정각부터 시간, 인원수, 성함, 연락처를 인스타 메시지를 통해 보내주신 분들 선착순 13팀을 예약받아하고 있어요. 제 음식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렇게 예약에 줄 서는지 모르겠어요.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제가 정말 요리에 자신 있으면 떳떳한데, 사실 제 요리는 자취요리에서 발전된 거예요. 그냥 아는 동생, 아는 선배 자취방에 놀러 오면 접대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기대를 많이 하셔서 부담스럽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요.  





@코브라파스타클럽의 메뉴.이게 전부다.


저는 사장님이 외국에서 요리 유학 다녀오셔서 일부로 힙한동네에 들어온 후 마케팅을 잘하시는 전문가인 줄 알았어요.


전혀 아니에요. 저는 요리 전공자가 아니에요. 제 요리는 매뉴얼화돼있지도 않아서 컨디션에 따라 달라져요. 저는 원래 조소를 1년 정도 배우다가 그만두고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옷가게도 하고, 진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어요. 나쁜 일 빼고 다해봤을 거예요. 그러다가 2007년에 서울로 올라와서 디지털 아트를 배웠어요.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다가 카페 면접을 봤는데 불합격한 거예요. 저는 여태까지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거절돼 본 적이 없었는데 나이 때문에 불합격된 거죠. 그래서 나이는 많이 먹었는데 할 건 없고, 카페를 많이들 하니까 카페를 해볼까 했지만, 카페는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내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럼 처음 차린 가게가 이렇게 성공 한건 가요? 



아니에요.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아니었고, 저도 힘들었었어요. 경리단길 쪽에 친구들과 동업을 했는데 공사만 5개월 하고 2달 만에 폐업을 했어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된 거죠. 그래서 정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조금 벌어서, 조금 쓰자'는 생각으로 이곳에서 코브라파스타클럽을 오픈한 거였죠.

저는 크게 욕심이 없어요. 그리고 가맹점을 내거나, 가게를 넓히는 것은 제 능력 밖이에요. 저는 스스로 사업적 기질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손님들이 힘들게 예약하신 만큼 기대를 하시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때로는 힘들고 스트레스도 쌓여요. 일하다가 갑자기 증발하고 싶을 때도,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오히려 그런 특별함이 매력적인 장소로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코브라 파스타 클럽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코브라파스타클럽은 가장 힘들 때 찾아오면 위로가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100만 원 벌던 사람이 150만 원을 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위의 태도와 시선이 변해요. 그러면서 내 인생관이 틀어지고, 행복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얻게 되는 거죠. 저는 제가 루저들의 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지치고 힘들 때 나한테 왔는데 그 밑을 보니 내가 있는 거죠.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런 캐릭터도 나쁘지 않았고요.(웃음) 그래서 이 요리도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고자 했어요. 퇴근 후 아는 형, 아는 선배 집에 들러서 든든한 파스타 한 끼를 먹는다는 개념으로 말이죠. 제가 또 손이 커서 양을 많이 만들어요. 그리고 이태리 파스타 자체가 대가족이 먹는 식사라 푸짐하고 양이 많죠. 코브라 파스타 클럽은 루저들의 아지트가 콘셉트이에요.


공간을 보니 감각적이에요. 전부 본인이 스타일링하신 건가요?


 음, 제가 어릴 때부터 비디오광이었어요. 제가 고향이 대구인데, 동네 비디오방에 있는 웬만한 비디오는 제가 다 봤어요. 그래서 신작이 나오면 비디오 가게 사장님들이 저한테 비디오를 구매할까 물어보시고 구매하시곤 했어요. 게다가 제 생일날이면 동네에 있는 비디오 가게 사장님들이 무료로 마음껏 비디오를 빌려주셨죠. 그만큼 영상물도 좋아했고, 또 저희 집 안 자체가 예술 쪽 종사자분이 많아요.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누나도 패션을 전공했고 저도 디지털 아트를 전공했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쌓여온 안목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내 취향을 녹일 수 있고, 내 색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가게를 몇 개쯤은 갖고 싶어요. 장사가 안되더라도요.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일이 힘들 때면 유행 타지 않는 삼계탕집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요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조금 쉬고 다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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