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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의 반딧불이 Jul 05. 2021

책 일기) 장승재, 「슬기로운 집콕 스피치(2021)」

 책에 사로 잡히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우는 기억을 자극하거나 책의 내용이 경험과 맞물릴 때가 가장 큰 것 같다.


 다른 스피치 도서 놔두고 이 책을 독파한 이유도 같았다. 발성법 설명 때문이었는데, 다른 게 아니라 연극영화과 학생이 말해준 방법과 똑같아서였다. 발음 똑바로 하려면 입을 크게 움직여야 한다, 강세를 줄 때 배에 힘을 줘라, 호흡 조절 잘 해라…등등. 

 좀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열린 강의가 없어 흘려보냈다. 그런데 막상 정리된 책을 이렇게 손에 쥐게 되니 기분이 참 싱숭생숭하다. 

 

 책의 구성 자체는 평범했다. 제목, 주제에 관련된 유명인 어록, 본문, 연습법 or 체크리스트. 순으로 이어지는 구성. 경력 10년의 노련한 강사다 보니 당연히 경험담이 많이 들어있는데, 읽다보니 의외로 강사라는 직업이 작가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입의 불안정성 같은 게 닮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들어가는 노하우나 연습법 등에서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얘기다. 너무나 똑 닮아서 정말 직업을 대충 분류하자면 말하는 걸 좋아하면 강사가, 글 쓰는 걸 좋아하면 작가가 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작가도 강사도 같은 뿌리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조 다니엘의 생명과학 이야기


 강사가 가져야할 태도를 세 가지만 적어보면,


 1. 말을 잘 하려면 생각 자체를 즐겨야 한다.

 2. 생각을 쉽게 끌어내려면 글로 정리해두어야 한다.

 3. 관찰을 멈춰선 안 된다. 남이건 자기 자신이건.

 

 노하우나 연습법은 


 1. 적절한 키워드 중심의 문장 구성.

 2. 매일 글 쓰기.

 3. 긴 글 요약 연습.

 4. 명언 활용.

 5. 주변 사물 소재로 3줄 글쓰기.

 6. 습관단어 사용 줄이기.

 7. 동선, 제스처 파악.


 등등. 작가와 완전 똑같다. 사실 강사나 작가나 '이야기'로 먹고 사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하니까, 닮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여태 놓치고 있던 부분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재밌는 강의를 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들은 확실히 '썰'이 많다. 남의 썰 말고 자기 얘기. 



https://youtu.be/_KFRgTd87ak?t=475


 챕터 별로 노하우나 연습법이 있어서 사실 그거만 읽어도 되긴 할 것 같다. 복식 호흡법이나 문장 강세 주는 법 같은 거. 연습 문제(김창옥 강사가 JTBC 뉴스에서 쓴 대본.)가 있길래 테스트 해봤다. 내가 한 거랑 원본이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건지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위에 링크된 유튜브 영상의 7분 55초 부분부터 9분 44초까지가 책에 인용된 부분. 강세나 호흡 조절은 비슷하게 됐다. 차이 나는 건 제스처와 남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의 대사 처리. 책 읽기 전엔 모르고 넘어갔을 텐데, 제스처 쓰는 솜씨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모범적이라 오히려 설명을 못하겠다. 그리고 남의 말을 인용할 땐 톤을 바꿔서 '남의 말을 인용하는 중'이라는 싸인을 심는 게 효과적일 줄 알았는데, 막상 영상을 보니 크게 차이두지 않고 했다. 어느 게 더 나은 지는 아직은 모르지만, 일단 메모.


 이것 말고도 두려움을 잊고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에 할애하는 페이지가 좀 있는 편인데, 작법서에서 자주 보던 내용이라 친숙했다. 스피치에선 자신감 있는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겠지만, 의외로 글쓰기도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자아성찰에세이를 통해 살펴본 대학생의 글쓰기 인식과 글쓰기 교육의 시사점(2020), 김현정.>이나, <글쓰기 교육과 교수 방법(2020), 정희모 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글쓰기가 서투른 사람들은 자신감이 부족해서 시작도 못하는 문제가 커 발달이 되지 않는다. 괜히 여기저기서 자신감 얘기하는 게 아니다. 힘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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