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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지에 Jan 12. 2016

언니의 조언-착각의 늪.

영원한 내 편은 없다.

꽤 긴 유학 생활을 가만히 되돌아보자니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다.

그 긴 시간 동안 난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하였는가에 대한 생각이 요즘 때때로 나를 괴롭힌다.


유학을 먼저 다녀온 언니로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이 글을 잠깐이라도 만나는 유학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은 좀 더 재밌고 알찬 유학생활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유학생활을 함에 있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학점관리도 문화체험도 사회 여러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아닌 '사람'이다. 


내가 경험해보니, 왜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인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며 현지 커뮤니티에 속하려 애썼는지 이제는 완전히 이해한다. 그것은 비단 단기간 언어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이용하고, 보듬어  주기보다는 깎아내리기에 바쁜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나라에서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되는 심리를 이용해 처음이라는 순진무구함을 본인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일들을 일삼고, 텃세를 부린다. 이런 상처를 아물게 하고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한국인과 섞이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 처음엔 굉장히 슬펐다. 하지만, 나도 당해보니 생각이 바뀌더라. 자연스레 피하게 되고 뭐든 혼자서 해결하고 혼자서 사는 삶이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물론 모든 유학생활에서 다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극단적인 표현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다. 나에게만 가혹했다 할 수 있겠지만, 어느 이에게 똑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니 마음에 미리 견딜 근육을 만들어 주고자 함이다.


솔직히 나도 상처를 주는 입장에 속하는 일명 '기 센 언니'였다.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전부 표현했고, 내 기준에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바로바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나와 오랜 기간 함께한 사람들이 나를 오해 할리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나의 경솔함이었다. 나의 속마음을 나와 항상 같이 지내는 이들은 이해하리라 생각했던 나의 실수였다.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이상 누가 알까? 왜곡된 애정 표현은 받는 이에겐 폭력이다. 나는 옳다 생각해 변하려 하지 않고 혹은 그런 시늉만 하고 남에게만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위선이다. 내가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 어떤 것을 깨달았든 내가 그것을 뉘우치고 사과할 때엔 이미 늦었다. '말'은 뱉는 순간 내 것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것인 것이다. 내가 배려하지 않고 몇 번 더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말에 남들은 나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나를 판단한다. 그것은 내 앞에서 할까? 아니, 내 뒤에서 한다. 그러니 나는 모를  수밖에. 뱉은 사람도 안다. 그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린 후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그땐 이미 늦었으니 돌이키기도 훨씬 힘들다. 함께한 세월이 길다고 해서 그 관계에 믿음과 애정이 깊다고 정의할 순 없다. 가족들도 큰 싸움 뒤엔 보니 안 보니 한다. 평생을 함께 해온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하물며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내가 없이도 잘 산다. 원래도 그렇게 살아온 사람 들이니까.

그러니 인간관계에 목매며 시간을 투자하고 조금만 관계가 틀어지려 한다고 쩔쩔맬 필요는 없다. 

유학 생활에서 인간관계에만 신경 쓰기에는 내가 놓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겪어보니, 인연은 다시 찾아온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틀어진 인연에 있어서 내가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정중히 사과하고, 다시 찾아올 인연들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나를 훈련해가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고 낙담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고,

말을 할 때  한두 번 더 생각해서  이야기한다거나,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도 상대편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칭찬을 많이 하고, 더욱 진심을 왜곡되지 않게 잘 포장해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된다. 

그리고 관계에서 기대를 갖지 않으면 된다. 

영원한 내 편은 없다. 

지금 당장 그 사람과 내가 너무 잘 맞는 것 같다고 해서 그 사람을 완전한 내 사람으로 착각하지 말자.

관계가 틀어졌다는 그 상황에 집중해 우울해하기보다는,

내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 뒤는 흘러가는 시간에 맡기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의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관계가 가볍게 여겨야 할 가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의 모든 에너지와 감정을 다 쏟을 만큼의 무거움도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유학생활은 시간이 한정되어있다. 

그 한정된 기간 내에 높은 효율을 올리려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포기해야 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의 감정을 어지럽히는 것들도 조금씩 작아짐을 느낀다.

상처를 받는 사람도, 상처를 주는 사람도 되지 말고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자.

그러면, 유학생활도 훨씬 더 풍성하고 좋은 경험들로만 가득해질 것이다.

지금도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유학하고 있는 꿈 많은 젊은이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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