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겨울을 베트남과 태국에서 보내고 2월에 귀국한 후, 4년 가까이 살던 양평 단월면의 전원주택을 떠나 거제도의 아파트로 이사하였다.
2019년 봄이었는데, 그때는 아직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이었다. 이사짐센터 아저씨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이삿짐을 옮겼던 기억이 난다.
그땐 이렇게 길게 코로나란 놈에게 잡혀있을 줄 그 누구도 몰랐었다. 그때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 코로나시대에 나름 국내에서 노마드생활을 즐긴 셈이 되었다.
수도권보다는 그래도 덜 숨막히는 편이었던것 같다.
그래도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고, 더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상황에 지쳐 무기력해갈때쯤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속초에 들렀다가 속초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거제도가 좋기는 했지만 우리 아파트가 산속에 있어 습기가 많다는것이 큰 단점이었다. 여름이면 습도가 90퍼센트를 넘어가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거실안으로 구름이 들어오는 신기한 현상도 보았다. 그대신 에어컨이 필요없이 시원하고 공기가 좋다는건 큰 장점이었다.
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서울이 멀다는것. 운전해서 6시간 가까이 걸리니, 아이들이 가까이 오기를 청했다.
우린 수도권엔 가고 싶지 않고 우리가 평소 좋아하던 속초를 알아보다가, 좋은 조건의 아파트가 있어서 얼른 계약부터 하고는 과연 거제도집이 빨리 나갈까 걱정이 되어 그날로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우리는 아직 속초에 있는데, 부동산이 비번만 알려주면 집을 보겠다고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한다.
이렇게 쉽게 이사가 결정될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또 유목민답게 속초로 이사했다.
오래전부터 살아보고 싶던 속초이고, 산도 바다도 있고, 수산시장도 좋아서 만족해서 살고 있지만, 항상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여행 유튜브를 보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 상황에도 장기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게다가 올해로 남편은 만 70세가 된다. 한편으로 이러다 영 못가는건 아닌지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비행기 예약을 해버렸다. 비행기노선이 축소되어 예약할수 있는 노선이 별로 없어서 로마 in , 바르셀로나 out 으로 일단 정했다. 여행 일정은 그에 따라 정하기로했다.
이때가 4월 말경이었는데,4달 뒤인 8월 말 출발이다. 그때만해도 떠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오미크론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초 귀국 예정으로 5개월을 기한으로 잡았지만, 다니다가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열린 여정이다.
4달이 머나먼 미래로 느껴졌지만 어쨌든 출발의 날이 다가왔고, 4차 백신접종까지 마치고 영문 접종증명서를 준비해 로마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