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친구가 도착했다. 프로방스에 4주일 있는 동안 친구가 열흘간 우리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여행도 두 달이 되어 가니 친구의 등장은 우리 여행에 활력소가 될 터이다. 여기 와서는 거의 관광은 하지 않고 친구가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관광은 친구 있는 기간에 몰아서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다.
친구 맞이 준비로,며칠 전 비가 와서 흙투성이가 된 차를 세차했다. 여긴 비가 한 번 오면 흙비가 내려 차가 볼 수가 없게 더러워진다. 새똥도 많이 떨어져서 비가 많이 와도 안 씻긴다. 그래서 그런지 가까운 곳에 세차장이 두 군데나 있다. 비만 오면 온 동네 차가 흙빛인데 이삼일 지나면 다 깨끗하다. 우리 차만 그대로였는데 도저히 못 봐주겠어서 세차장에 갔다. 셀프 세차가 2면 있고 기계세차기가 한 대 있다. 셀프세차는 한 번에 5개 나 열 개씩 토큰 같은 걸 사서 쓰는 듯한데 우리는 남아도 소용없으니 기계세차를 하기로 했다. 요금이 4가지가 있는데 8유로부터 20유로까지 단계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뭔지 모르지만 제일 싼 8유로짜리를 택했다. 할 줄 몰라서 마침 청소하고 있던 주인에게 물어서 했다. 먼저 청소기계에 차를 넣어 세우고 요금을 기계에서 정산했더니 자동으로 세차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터널같이 생긴 게 아니고 그냥 기계가 왔다 갔다 하며 세제를 뿜고 물을 뿜는데 그 물살이 굉장히 세서 우리나라 기계의 원통같이 생긴 걸레보다 더 깨끗하게 잘 닦인다. 여행 와서 세차를 다 해 본다.
집도 청소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를 데리러 마르세이유 프로방스공항으로 나갔다.
공항은 30분 거리인데, 파리에서 갈아타는 비행기가 밤 11시 도착이었던 것이 파리에서 출발지연되어 11시 40분에 도착했다. 공항이 수리 중이라 도착하는 곳을 찾기 어려워 청소하는 직원에게 물어서 뺑뺑돌아 찾아갔더니 국내선은 아무나 짐 찾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짐 찾는 곳에서 친구를 만나 짐을 찾아 나왔다.
공항 주차장은 30분 까지는 무료란다. 길을 헤맸는데도 30분으로 충분했다.
2024. 06. 27. 월요일
친구가 시차로 인해 아직 힘들 테니 오늘은 짧게 한 곳만 다녀오기로 했다.
아를까지 40분이 걸렸다. 주차장 진입로를 못 찾아서 좀 헤맸다. 길이 아닌 인도를 질러서 가야 하는 입구였는데, 길인줄 모르고 지나쳤다. 결국 다른 쪽 입구로 들어갔다.
주차장이 꽤 중심에 있어 길만 건너니 바로 구시가지다. 대성당을 보고 목욕탕유적을 지나니 론강이 나왔다. 시내 곳곳에서 고흐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고흐의 그림에 나온 풍경이 있는 곳에 그 그림 사진을 붙여놓는 식이다. 론강의 다리는 고흐의 그림 이후 전쟁에서 소실되어 다른 모양의 다리가 서 있다.
시청앞 광장
목욕탕유적
고흐미술관은 이름과 달리 고흐의 그림은 두 점뿐이다. 도시 전체가 고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체는 없는 느낌이다.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의 정원은 고흐가 그릴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가꾸어져 여전히 예쁘다. 지금은 기념품상점과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고흐 카페는 폐업했다고 한다. 노란 캐노피와 그 아래 장식했던 조화 같은 것이 버려져 있어더 쓸쓸해 보인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고흐카페에 가기보다는 그 카페가 보이는 곳에 앉아 카페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장사가 안 되었던 걸까? 어쨌든 오래되고 사연 있는 장소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깝다.
날이 더워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려고 레스토랑 야외테이블에 앉았는데, 웨이터가 메뉴를 주더니 맨 아래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걸 보라고 한다. 메인 요리를 안 시키면 인당 5유로를 내야 한단다. 이른바 테이블차지인 것 같은데 5유로는 좀 심하다. 기분이 나빠서 일어나 나와 젤라토를 사 먹었다.
그 이후에 어디를 가도 레스토랑에서 그렇게 요구하는 집은 못 보았는데, 그 집만 그런 건지, 아를이 전부 그런 건지 모르겠다.
그나마 주문하기 전에 얘기해서 다행이다.
다 마시고 계산할 때 그랬다면 바가지 쓰고 기분 나쁘고 영 마음 상할 뻔했다.
고대 극장과 원형경기장은 길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에 있다.
규모는 크지만 보존상태가 좋지는 않아 보인다.
원형극장이 한때는 방치되어 그 안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았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당시 사진이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