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여행 짐 싸기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

by 시골할머니

석 달 동안 여행 간다니까 친구가 물었다.

"그렇게 오래 가면 짐을 얼마나 가지고 가?"


장기로 여행을 가게 되면 오히려 짐을 적게 가지고 가도 된다. 일주일 여행을 간다 치면 매일 갈아입을 옷 7벌에 여분의 옷까지 챙겨야 하지만, 장기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너 벌만 가지고 가서 빨아 입으면 된다. 또 사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남편은 입고 가는 옷 외에 반팔티셔츠 3벌, 반바지 2개, 바람막이 점퍼 한 개만 가지고 갔다. 요즘 기능성 티셔츠는 얇고 가벼워서 별로 짐도 되지 않는다. 빨래를 해도 몇 시간이면 마른다. 여행 갈 때 옷을 고르는 기준은, 가벼울 것, 부피가 작을 것, 빨았을 때 빨리 마를 것, 그리고 다른 옷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옷이 좋다.

나는 그래도 여자라고 남편보다는 몇 벌 더 챙겨 넣고 , 카디건도 하나 넣었다.


추울 경우를 대비해서는 겹겹이 껴 입도록 준비한다. 두꺼운 겉옷보다는 바람막이 점퍼와 얇은 패딩을 가져가면, 여러 가지 조합으로 코디해 입을 수도 있고, 유사시엔 한 번에 다 껴입을 수도 있다. 이번에 베트남에서 계속 비 오고 추운 데다 몸까지 안 좋아서 옷을 있는 대로 껴입었다. 반팔티 위에 긴팔티, 그 위에 카디건, 패딩, 바람막이, 이런 식으로 입으면 된다. 이번엔 동남아라서 안 가지고 갔지만 추운 곳은 아래는 얇은 레깅스를 바지 속에 입으면 된다.


화장품은 이미 다이어트를 실행해서 스킨과 크림만 가지고 갔다. 가지고 간 게 떨어지면 현지 화장품을 사서 쓰려고 생각했는데, 그건 쉽지는 않았다. 내게 맞지 않는 성분이 있을 수도 있어서 선택이 쉽지 않았다. 수입화장품은 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우린 오래전부터 샴푸, 린스를 쓰지 않고 비누 하나면 되기 때문에 작은 비누 하나만 챙기고, 가벼운 스포츠 타월 두 개만 비상용으로 넣었다.

비상약은 꽤 준비했다. 평소에도 시골이라 비상약을 상비해 두고 있어서 , 집에 있는 걸 챙겨갔다. 그 외에 태블릿 PC 하나가 우리 짐의 전부다.


등산용 배낭 한 개씩이 석 달 여행용 짐 전부다. 떠나기 전 공항에서 재어보니 , 남편 짐은 작은 보조 배낭까지 합해서 7킬로그램이고, 내 짐은 핸드백용 백팩까지 6킬로 조금 넘었다.


석 달 후 돌아올 때는 짐이 오히려 줄었다. 가지고 간 옷 중에 상당수를 버리고 왔다. 짐을 쌀 때, 평소에 버릴까 말까 하던 옷을 골라 가지고 가서, 줄곧 입다가 버리고 왔더니, 옷 정리도 되고 짐도 줄어서 좋았다. 남편은 그마저도 가져오지 말고 현지에서 싼 옷 사 입고 버리고 오면 되겠다고 하는데, 다음번엔 더 적게 가져가고 그렇게 해 봐야겠다.


캐리어를 안 가지고 가면 이동시에 훨씬 간편하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인도가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캐리어 끌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하긴 유럽의 돌길도 만만치는 않다. 항공으로 이동시 에도 수화물을 따로 부치지 않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차로 이동할 때도 편리하다. 단점도 있다. 비행기 탈 때 액체로 된 물품은 가지고 탈 수 없어서 신경 쓰인다. 가위 같은 것도 안된다. 이번에 귀국할 때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했는데, 치앙마이 공항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가지고 탔던 작은 가위를 환승할 때 뺏겼다. 그 기준도 공항마다 다른가보다.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짐을 줄였을 때 최고의 장점은 비용이 반값으로 절약된다는데 있다. 저가항공으로 수화물 없이 가면 반값에 갈 수 있으니 절약한 돈으로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면 된다.


그리고 짐을 적게 가져가 보면 정말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정도 물건으로도 불편 없이 살아지는구나 느끼는 동시에 물건으로부터의 해방감을 , 자유로움을 ,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비록 귀국과 함께 다시 물건의 바다에 빠질지라도 한 번 경험해 본 달콤한 기억을 잊지 않고 물건 정리에 나설 수 있다.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지만, 해 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는 크다. 일단 미니멀 라이프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고, 물품이 정리됨에 따라 정신도 마음도 정리되고 단순해 짐을 체험할 수 있다.





keyword
이전 10화파타야에서 썽태우 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