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 조각으로 만든 친구
환전도 했겠다, 본격적으로 시장을 구경합니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늘어선 상점, 시장 사이사이에서 국수 따위의 먹거리를 파는 모습이 대구의 서문시장과 비슷합니다. 양말에 운동화 차림으로 계속 있다가는 발에 땀띠가 날 것 같아 슬리퍼도 하나 샀습니다.
길에서 과일 파는 아줌마가 맛보라며 오렌지를 썰어 줍니다. 시식은 참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세 개에 2천 짯!" 아까 샀던 슬리퍼와 같은 값입니다. 좀 깎아달라고 했더니 아줌마는 표정을 바꿔 '원래 다섯 개 3천 짯'이라며 이 정도면 엄청 싸게 해주는 거라고 투덜거립니다. 말투가 한국에서 보던 시장 아줌마랑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도 아줌마처럼 깎아달라 했지만요.
정처 없이 걷다 보니 강변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고 부두에 앉았지만 여기도 덥긴 마찬가지입니다. 더운 나라에 왔으니 해가 져도, 강변에 있어도 더운 건 어쩔 수 없죠. 앉아서 쉴까 했는데 꼬맹이가 다가와 과자를 펼쳐 보입니다. 필요 없다고 하려다가 심심한데 잘됐다 싶어서 낮에 산 빵을 꺼냈습니다. 친해지는 덴 나눠 먹는 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이 꼬맹이 이름은 쭈쭈. 학교 다니려고 장사를 시작했고, 장사하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말을 참 잘했습니다. 내가 슬리퍼를 신고 있는 걸 보더니 얼마에 샀느냐고 묻습니다.
"2천 짯 줬는데."
"뭐? 우리 동네에 가면 5백 짯에 살 수 있는데! 보족시장은 비싸. 그리고 외국인한텐 바가지 씌워!"
"그래? 론지도 샀는데 그건 5천 5백 짯 줬어."
"물건 살 땐 옆 가게랑 비교하면서 흥정해. 주인이 먼저 값을 부르면 일단 비싸다고 말해. 딴 집은 더 싸더라고 가버리는 척하면 어쩔 수 없이 깎아줄 거야."
열 살 꼬마에게 흥정법을 배우다니. 뭐, 론지도 슬리퍼도 별 흥정 없이 부르는 값에 사긴 했습니다. 흥정하는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내가 바가지 쓴 걸 나보다 더 속상해하는 꼬맹이의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벌써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아서 짠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겪게 될 더 중요하고 많은 흥정 모두 잘 해내기를.
말동무 해준 대신 해바라기 씨와 물티슈를 제값보다 비싸게 샀습니다. 흥정법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No problem~” 하고 웃으며 손 흔들어줍니다. 노프라블럼. 이 말이 앞으로 내가 미얀마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될 말이 될 줄은 그땐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