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에서 장기 밀매...아니 환전하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훅 하고 올라오는 더운 공기와 아찔한 땀 냄새가 여기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진으로 봤던 픽업트럭이 사람들을 매달고 공항 앞으로 지나갑니다. 나도 숙소까지 트럭 타고 가볼까? 공항 환전소 쪽으로 걸어가는데 경비요원이 다가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했는데 그는 여기서 환전하면 손해이니 블랙마켓(암시장)으로 가라며 나를 굳이 돌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버스비 정도만 환전하려고 했는데...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버스보다 훨씬 비싼 택시를 탔습니다.
혼자 여행은 처음이라 첫날은 한인 민박입니다. 사실은 한국에서 예약해놓고 공항에서 노숙하느라 하루 지나서 온 거지만요. 숙소에 짐을 풀고 이번엔 제대로 환전하러 서울의 남대문시장쯤 되는 보족시장으로 갔습니다. 길에는 간간이 여행객이 보이긴 했지만 동양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습니다. 나는 그들을, 그들은 나를 구경했습니다.
나는야 쉬운 손님
"곤니치와,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사람이 어눌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길래 황급히 "안녕하세요!" 했더니 그는 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까닥하고는 가던 길을 갔습니다. 미얀마에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더니 한국인 여행자는 별로 없어도 한국어 한 두 마디 정도는 다들 할 줄 알았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가끔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장사꾼도 사기꾼도 아니며 단지 인사를 할 뿐이었습니다. 낯선 곳에 와서 잔뜩 품고 있던 경계심이 점점 허물어지는 기분입니다. 나를 다시 긴장하게 만든 건 시장 입구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온 아저씨였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머니 어쩌고저쩌고..."
"맞아요, 저 환전하고 싶어요."
"따라오세요."
"네!"
'시장 안 타이거마켓이 환율이 가장 좋다'고 분명 공부하고 왔는데 얼떨결에 아저씨를 따라가 버렸습니다. 그는 여동생과 시장 안에서 론지를 판다고 합니다. 구불구불한 시장길을 계속 따라갑니다. 너무 깊숙해서 이대로 가다가 장기라도 하나 떼이는 거 아닌가 조금 불안해하던 차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웃으며 맞아주는 여동생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100불짜리 한 장이 두툼한 돈뭉치 세 개로 바뀝니다.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돈을 받아들고 돌아가려니 론지(longyi, 미얀마 전통 복장)도 사라며 수줍게 권유합니다. '뭐 안 그래도 사려고 했으니까...' 푸른색 론지를 고르고 입는 법도 배웁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쉬운 손님입니다. 여동생은 위험하니 돈 잘 챙기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쉬운 손님인 게 티가 났나 봅니다.
여행 정보: 환전
- 미얀마 화폐(kyat / 짯, 챠트)는 현지에서만 환전할 수 있다.
- 주로 미국 달러로 환전한다. (1달러=1,200짯 / 2016년 10월 기준)
- 과거에는 암시장 환율이 가장 좋았으나 현재는 공항 환전소나 은행에서 하는 것이 좋다.
- 고액권일수록 많이 받는다.
- 미얀마에 위폐가 많은 탓에 조금이라도 오염됐거나 접힌 흔적이 있으면 환전을 거부당한다.
>> 요약: 100불짜리 빳빳한 새 지폐를 준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