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에 출마했을 때 영상을 보았다.
"(대통령) 감이 됩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대통령 감이 됩니다."라고 답변하는 영상이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친구를 보면 된다니, 나 자신은 문재인이를 친구를 두었으니 대통령감이 된다니, 이게 무슨 논리인가. 사람 한 명과 알고 지내고 있다는 이유가 망설임 없이 대통령 감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라니!
이성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연설이다. 뭐 이런 걸 연설이라고 한담 싶을 정도의 연설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다니, 굉장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성을 울리는 굉장히 좋은 연설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함께 해준 동료, 친구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와 애착이 있으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이 연설만으로 전 대통령께서 얼마나 자신의 사람들을, 친구들을 아끼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연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내 편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은 대통령이 되신 당시 문재인 변호사 입장에서, 당시까지만 해도 정치에 입문하지도 않았던, 비교적 무명에 가까웠던, 자신을 안다는 것을 자신을 대통령 감이 된다는 이유라고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당신의 이렇게 큰 자랑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었을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면 잊지 않고 해왔던 이야기가 있다.
"나를 알고 지내는 것,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그리고 조직이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당신과 함께 한다는 것을 자랑할 수 있도록, 서로 자랑이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주세요."
언젠가 나와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나와 함께 일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나를 알고 지냄이,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함이 대통령 감이 되는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 앞에서 조금은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여러분과 함께 일하고 있어서 제가 실패할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 2년 간 사업의 성과를 묻는 이들에게, '제가 지난 시간 이룬 것이라고는 제 동료들을 하나씩 모셔와 탄탄한 팀을 만든 것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것이 진심임을, 내 동료들은 알고 있으려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다들 같이 노력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내 동료들이 느끼는 우리 약속의 무게는 어느 정도였을 런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게도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약속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같은 약속을 반복하다 보니 적어도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약속이 되어있다. 잘해야지, 더 잘해야지. 노력해야지. 조금 더 힘 내봐야지.
지난 2월, 동료에게 받은 쿠키 포장에 적혀있던 메시지는 내 자랑이 되어 두 달이 넘도록 책상 한편에 올려져 있다.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게, "우리 대표님은 미남이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얼굴부터 손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피부과를 가야 하나, 성형외과를 가야 하나 고민이 드는 하루다. 어디 가서 내가 미남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는데, 친구들에게 면박당하면 얼마나 부끄럽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