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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Jul 11. 2017

한밤의 수족관

Midnight Aquarium

몇 년 전까지 나는 가끔 혼자 수족관에 가곤 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좋아했다. 집에서 코엑스까지 가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연회원을 구입하는 편이 더 나았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다. 마음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수족관을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거대한 어항을 바라보며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있다고 유혹했었다.


수많은 물고기가, 가오리가, 그리고 상어가 헤엄치는 수족관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있는 순간, 내 옆에 마음이 가는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좋다. 입안 가득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의 기분을 남겨보고 싶었다. 내가 본 것, 느낀 것을 나누고 싶었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를 하나 겨우 정리한 나는, 송년회다, 가족모임이다, 같은 이유로 가족들이 모두 나가버린 집에 홀로 앉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무언가를 남기기로 했다. 언젠가 바닥에 누워 올려다보았던 밤하늘,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일본의 한 수족관. 하루 종일 그리고, 편집하고, 영상을 만들어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영상을 보내주었다. 2013년의 끝이었던가, 2014년의 시작이었던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애매한 사이에,


나랑 같이 수족관 가자, 수족관에서 아이스크림 먹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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