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쓰는 시급 인상에 관한 이야기
주말에 일이 터져서 새벽 5시부터 나와서 일하다가, 너무 피곤해 인스턴트 죽 한 그릇이라도 먹자고 들어간 편의점에서 편의점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최저시급이 인상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영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끼리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되나 보다. 할 일은 많은데, 생각을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글로 적는다.
내년부터 최저시급이 인상된단다. 아마, 나도 지금 지급하는 파트타이머들에게 지급하는 시급에서 더 인상해서, 현재 최저시급 대비 받는 급여를 보장해주지 않을까 싶다.
내가 처음 파트타이머 시급을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그들은 최저시급만 줘도 괜찮다, 혹은 최저시급보다 조금만 더 줘도 엄청 지원할 거다. 가게 일도 많이 안 바쁠 텐데,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 그럼에도 내 의지는 확고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내 일을 도와주는 친구들이 한 시간 일한 임금으로 햄버거 세트 하나 사 먹지 못하는 괴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는 한 시간을 근무한 시급으로 햄버거 세트 하나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기준이 왜 햄버거냐고? 그야 내가 햄버거를 좋아하니까…. 참고로 기준은 버거킹으로 잡았다. 내가 좋아하니까. 그래서 어제도, 그제도 햄버거로 식사를 했으니까!
나는 파트타이머들을 뽑으면서 여러 가지를 약속했다:
기본 급여를 많이 준다는 이유로 휴게시간이라고 빼서 급여를 지급 안 한다던지, 몇 분 지각한 것으로 급여를 뺀다던지 하는 방법 같은 것은 안 하겠다고. 그리고 내가 처음에 요구한 업무, 매장 관리나 고객 응대 등 기본 업무가 아닌, 본인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더 해낼 수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추가로 지급해주기로 했다. 사진을 찍어준다던지, 부족한 인테리어를 해준다던지, 인스타그램이던, 페이스북이던 계정을 만들어서 관리를 한다면, 추가로 급여를 지급해준다고.
내가 시급 천 원을 더 줘서 내게 오는 부담은 파트타이머 한 명 기준으로 한 달에 10만 원 정도다. 내가 10만 원 더 벌어서 부자가 되지 않고, 10만 원 덜 번다고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적어도 나는 타인의,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낮은 인건비를 주춧돌 삼아 나의 부를 세우고 싶지 않다고. 언젠가부터 나는 나 혼자 잘되기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과,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함께 잘되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
내가 일을 벌여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면, 혹은 기대 수입이 나지 않는다면, 내 시장분석, 운영 관리 실패의 책임은 나 혼자 오롯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매출 및 추이 분석을 실패한 책임을 매일 적자라는 형태로 지고 있는데, 우리 직원들이 먼저 걱정해줄 정도다. 난 아직 조금 덜 힘들었는지, 이런 걱정은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돈 걱정은 나 혼자 하겠다며 말한다. 매상이 안 나오는 것은 내가 고민해서 해결할 테니, 당분간 바쁘지 않은 순간들을 즐기라고, 책이라도 가져와서 보라고.
회사를 다니며,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며, 나는 결코 좋은 관리자는 되지 못하겠구나 생각했었다. 아마도 이렇게 4년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나는 결코 좋은 경영자는 되지 못하겠구나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만약 좋은 경영자가 되지 못한다면, 적어도 함께 일해준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괜찮은 업무 환경을 만들어준 좋은 사람으로.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내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좋은 업무 조건으로 지속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나와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한 시간 일한 돈으로 부담 없이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사람을 챙겨준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걱정이 그저 기우였음을 보란듯이 증명하고 싶다. 정말로 내가 잘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잘 되려면 일단 일부터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