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공황을 겪다

압박을 견디지 못한 몸이 보낸 신호일까

by 열닷새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숨 쉬는 게 힘들어진 순간이 있었다. 처음 겪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그저 속이 답답한 정도였지, 이때처럼 심한 적은 없었다. 특히 스스로의 마음가짐에서 온 게 아니라 타인이 심한 압박감을 준 게 원인이라는 점이 달랐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는 중이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에 압도되다


나는 발주 및 납기를 관리하는 담당자로서 최선을 다한다. 공장에 급한 발주부터 빠르게 생산해 달라고 매일 체크하고 있고 생산이 되는 대로 가장 빠른 스케줄의 배에 싣고 있다. 그 외의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다. 그런데 내 영업 담당자인 외국인은 이 모든 요소에 대해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전임자 역시 이건 우리가 어떻게 더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하지만, 나보다 훨씬 오래 다닌 그 영업 담당자는 업무 실상과는 동떨어진 요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제 3달을 갓 넘긴, 적응만으로도 버거웠던 당시의 나는 그의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대답해야 적절한 것인지 고민하는 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답변을 최대한 해주었으나, 납기를 맞추는 데 큰 개선이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지속적으로 겁까지 주었다.


"우리 부사장님이 호주 공장에 방문해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거야."

"이 문제가 굉장히 커져서 거래서 상부까지 보고 되었어."

"거래처 CEO가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어." 등등 굳이 내가 알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까지 모두 전한 지 벌써 5달 째다. 즉 이 사람은 나의 입사일 1~2달 이후부터 나를 압박해 온 것이다.


선적 지연이 여러 번 생겨 납기가 20일 이상 지연된 건이 있었다. 공유 시트에 매주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오던 차, 문제의 날 하루 전 문득 이메일로 한 번 더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업무를 마치고 이메일을 보내니 아니나 달라 어마어마한 회신이 오기 시작했다. 나노 단위로 분석해서 원인을 물어보며 왜 더 미리 말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도 덧붙었다.


그렇지. 공유시트 업데이트를 하고 있음에도 한 번 더 안내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




잘하면 내 덕, 못하면 네 탓


결국 뭘 해도 우리 부서의 잘못으로 결론 난다던 동료의 말을 더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설마 하며 지나쳤지만 그 일이 나에게도 현실로 이루어졌다. 납기를 잘 지키고 심지어 더 빠르게 보낸 것은 단 한 번의 언급도 없다. 이 경우는 영업 담당자의 실적으로 들어가겠지.


순간적으로 이런 압박감과 함께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밖으로 빠져나와 귀 옆에서 뛰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헉헉 거리며 숨 고르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게 공황이구나' 싶었다. 이 모든 상황이 버거웠고 그냥 다 포기하고 회사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쌓인 일 때문에 이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더 힘들었다.




맘껏 쉴 수도 없다니


많이 지친 하루, 다음날 연차를 낼지 고민도 했지만 이 부서는 매일 아침 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 연차를 쉽게 쓸 수가 없다. 연차를 내도 오전에 일을 해야 하는, 재택과 다름없는 생활이랄까. 그렇지 않아도 이것이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었는데 심적으로 힘든 상황까지 겹치니 모든 게 싫어졌다. 목표는 1년, 그러나 그때까지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내 몸이 나에게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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