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시간을 갖자고 했고, 나는 무너졌다

그저 보고싶고, 보고싶다.

by 열닷새

연인과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해외 출장 중 열악한 근무환경, 상사 및 업무 스트레스, 감기로 좋지 않은 몸 상태까지. 지칠 대로 지친 지금의 상황에서는 서로 소원해진 느낌이 든다는 내 고민을 들어주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울면서 여러 번 붙잡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했다. 서로를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한국에서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나는 지금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의미 없는 대화만 오고 가는 것 같다는 카톡을 왜 보냈을까, 후회를 하며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연인이 나에게 정 떨어진 것은 아닐까, 만나서 헤어지자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에 돌아오면 바로 연락을 할까 등등 온갖 걱정에 괴롭다. 아직 이별한 것은 아니고 당사자 역시 스스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뿐이라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기라는 애칭이 이름과 '너'로 바뀐 것, 마지막 카톡에 답장이 없던 것 등 하나하나 의미부여를 하며 스스로를 옥죈다.


나는 연인에게 너무나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었고 그가 없는 2주를 어떻게 보낼지 두렵다. 참 신기하다. 30년 동안 혼자 지내다 고작 1년을 함께 보냈는데 인생에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다니. 어딜 가나 연인과 함께 갔던 식당, 먹었던 음식, 주고받은 선물, 함께 들은 노래로 가득하다. 피하기가 힘들다. 내가 이렇게 사랑에 휘둘리는 날이 올 줄이야. 사랑이 가장 크고 위대한 감정이라는 게 절실히 와닿는다. 귀국하고서도 늦게 연락이 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려나. 결국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무너지려나.




첫사랑,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인생 최대의 스트레스라 생각했던 회사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 이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족한 점을 이러이러하게 바꾸겠다는 다짐을 연인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생각하고 있다. 그저 나를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고 아껴주던 연인이 떠나버릴까 무섭다. 다시는 그 따뜻함을 느끼지 못할까 무섭고 결국 그 따뜻함이 언젠가 다른 사람을 향할까 봐 무섭다. 자꾸만 꺼내보는 지난 카톡과 사진, 동영상에서 마냥 행복했던 때가, 이렇게 될 줄 몰랐던 우리 모습이 마음 찢어지게 아프다.


지금까지 나에게 해줬던 말, 편지, 행동 모든 걸 떠올리면서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며 혼자 위안을 하고 있다. '헤어질 생각이었다면 정리하자고 했겠지, 한국에서 이야기하자고 했을까' 부정도 했다가 서운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 흘리며 원망도 했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혼란스럽다. 감정이 요동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누워있고만 싶다.




친구들은 내가 걱정된다며 반차나 연차까지 쓰고 만나자고, 주말에도 만나자고 한다. 엄마는 내 눈물을 보고 속상했는지 계속 화를 내셨다. 엄마 앞에서 웬 놈(?)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그저 죄송했다. 주위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하는데 마음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인 취업 걱정, 회사 스트레스가 힘들지 사랑 고민은 배부른 소리라며 코웃음을 쳤던 나에게 호되게 당하는 중이다.


나는 그가 돌아왔을 때 내 의견을 최대한 이야기할 생각이다. 우리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예민한 상태였으니 서로 다시 맞춰보자고. 너와 함께 더 오래 행복한 추억을 쌓고 싶다고. 미련이 남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설득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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