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도 모를 대화를 앞두고

봄에 피어난 우리, 같은 계절에 마침표를 찍을지도 몰라

by 열닷새

우리는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약 2주의 시간을 가졌고, 그가 귀국하는 오늘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내 마음은 파도 그 이상의, 해일보다 큰 변동이 있었다. 어느 날은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을 만큼 힘들었고 또 어느 날은 분노가 차올랐다. 어느 날은 ‘그럴 수도 있지’라며 그를 이해하려 했고 어느 날은 당장 헤어져도 괜찮을 것처럼 담담했다. 이전에 올린 글은 그에게 받은 상처로 아파하던 그 어떤 날 썼던 것으로, 끈적한 미련이 뚝뚝 흘러넘친다.


그 모든 시간을 보낸 지금, 결론은 나도 잘 모르겠다.


헤어지는 것은 싫은데 상처받은 시간을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화도 난다. 심지어 헤어지기 싫은 이유가 상대를 아직 사랑하기 때문인지, 사랑받는 내 모습을 놓칠 수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마음을 확고히 정하지 못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후회할 것 같다. 그래서 상대가 이미 마음 정리를 했을 때 더 만나자고 설득할 자신과, 반대로 계속 만나자고 했을 때 뿌리칠 자신이 없다. 그저 상대의 반응에 맞추어 건조하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느지막이 시작한 첫 연애에 꼭 필요한 시간이었던 듯하다. 사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약 1년 동안 가족과 친구들을 비교적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꽤나 장거리 커플이었던 우리는 거의 주말 내내 붙어 있었다. 첫 연애니만큼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은 바람에 더 그랬다.


그리고 상처와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지금, 가족과 친구들 덕에 버텼다. 친구들은 주말마다 밥을 사주거나 한참 동안 고민을 들어주었고 아빠는 매일 카톡으로 밥 먹었는지 체크하셨다.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정작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 점이 부끄럽다. 가족과 친구들을 당연시하지 말고 더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했다.




언젠가 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항상 해두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작은 일이 발단이 되었다는 게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모든 것은 선택과 타이밍이라고, 내가 그때 장문의 카톡을 먼저 보내지 않았더라면, 상대의 말대로 하루만 더 기다렸더라면. 그러나 그 선택을 한 것도 '나'고 그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사람은 거기까지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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