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직장 동료지,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잖아요?
<사회생활은 결국 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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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짬으로 밀어붙인다는 물류팀 남자의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잘못하거나 실수한 것은 별일 아닌 듯 넘어가고, 남의 잘못(심지어 내 잘못도 아니었다)에는 있는 대로 짜증 내는. 당시에는 갑작스레 들은 호통이라 당황하여 아무 말 못 했던 내 모습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한 번 더 그러면 무슨 일이 있어도 팀장님께 불만을 토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약 한 달 정도가 지난 20일 금요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공장과 협의하여 보수적으로 입고 예상량을 잡아 선배차를 진행하는데, 불량과 예상치 못한 변수로 배차를 취소한 일로 아침부터 질타를 받았다. 물류팀으로부터 취소 비용이 비싸니 보수적으로 잡아달라는 메일을 받은 걸로도 모자라, 한숨을 푹푹 쉬며 정말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들고 무시하는 기분 나쁜 전화를 받았다. 평소였다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겠지만, 잘못하지도 않은 것으로 그날 하루의 기분을 망치는(주말 내내) 정말 말 그대로 기분을 '더럽게' 하는 말투를 듣고 있자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오전 메일에도 '이미 보수적으로 잡고 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고 매출 증대를 함께 고려해야 하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말씀하신 부분 더 고려하겠다.'라고 회신했었다. 그런데 또 그 남자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못 참겠어서 "공장이랑 협의해서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거예요. 그래도 입고가 안 되는 부분은 저도 어려워요. 일단 더 신경 쓸게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 사람은 할 말 하는 내 모습에 열이 받은 건지, 바로 다시 전화를 하더니 이전에 변경해주겠다고 했던 어떤 스케줄에 대해 "변경 안 돼요. 끝났어요."라고 짜증을 있는 그대로 표시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무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이 남자랑 도저히 일을 같이 못하겠다, 그만둬야겠다 싶었고 차차 마음이 차분해지니 일단 팀장님께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잘못이라면 사과하고 앞으로 성장하면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지만, 잘못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개선이 되기도 어려운 일로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고 감정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은 내 선에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라 생각했다.
팀장님께 논의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고 물류팀 눈치가 보여 배차 진행을 못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서의 입장에서는 매출을 위해 배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배차 취소비용이 나오니 보수적으로 잡으라고 한다고. 이미 보수적으로 잡고 공장과 협의하여 진행하는 것인데 여기서 어떻게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일단 배차 진행 메일을 보낼 시 팀장님을 꼭 참조에 넣기로 하였고 또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기로 했다.
눈에 띄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팀장님을 한 번 거치니 조금 방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또 이것 가지고 화를 내면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주말 내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스스로 사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아마 다음번엔 퇴사 카드를 꺼내지 않을까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우리 팀 또래 동료들에게도 비슷하게, 아니 더 심한 워딩을 사용한 걸 듣고 나는 이미 이런 인성의 사람들과는 일을 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우리 부서가 물류팀에 소속도 아니고 본인이 내 팀장도 아니고, 그들의 감정적인 짜증과 어린애 같은 투정을 받아줄 이유는 없지 싶었다.
좋으시겠어요, 짬으로 밀어붙이고 회사에서 있는 대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서.
그래도 남의 마음에 상처 주고 살지는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