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게 가득했던 LA 생활
최근 여러 글에서 썼듯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LA 인턴 생활이었지만 그때를 가장 사랑하고 즐거웠던 시간으로 여기는 이유가 있다. 하루하루가 처음 해보는 경험으로 가득했다. 생각해보면 당시 그 1년이 참 더디게 흘러갔는데 매일이 새롭고 기억에 남은 게 그 이유같다. 특히 음식에 있어 더욱 그랬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한식파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양식은 물론 그 흔한 일식도 거의 접하지 않았다. 한식 중에서도 흔히 접하는 것 위주로 먹었으니 말 다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슈하스코였다. 당시 한국에서 브라질리안 BBQ를 접하기란 쉽지 않아 처음 식당을 방문했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다. 일단 고기 러버(?)로서 무제한이어서 좋았는데 평소 알고 있던 한국식 무한리필 뷔페랑 달랐다. 종업원 분이 고기의 특정 부위를 꼬챙이에 끼워 들고 다니는데, 원할 경우에 손을 들면 조금씩 잘라주신다. 그렇게 잘라준 고기는 육즙이 얼마나 흐르는지 겉은 살짝 태우다시피 굽고 속은 핑크빛 핏기가 돌아 아주 부드러운 식감이다. 당시에도 비싼 식당에 속했는데 하도 좋아하니 나를 예뻐해주셨던 이사님께서 자주 데리고 가주셨다.
이후 한국에 오니 슈하스코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수도권에 몇 군데 생긴 것으로 안다. 아직 따로 시간을 내서 가보지 못했지만 다시 그때 생각이 나는 게 조만간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다음으로는 쌀국수, 포(Pho)다. 당시 한국에서도 쌀국수 프랜차이즈가 막 생겼을 때였는데 나는 딱히 즐기지 않았다. 그리고 LA에 도착하여 놀랐던 게 미국 사람들이 쌀국수를 정말 좋아하고 자주 먹는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때는 특유의 향이 강하다고 느꼈고 선호하지 않아 쌀국수를 썩 즐기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 분들이 워낙 좋아했고 또 미국에서는 스리라차와 해선장 소스를 국물에 넣어 먹는다고 하여(아마도) 따라하다 덩달아 그 맛에 중독 되었다. 지금은 2주에 한 번은 먹을 정도로 아주 좋아하고 아직도 스리라차와 해선장을 국물에 섞는다. 귀국 후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드리고 싶어 부모님을 모시고 갔지만, 아버지는 아직 드시지 못하고 어머니는 근래 들어서야 즐기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보바(버블티)와 타코, 부리또가 있다. 그때 미국은 눈만 돌리면 보바 카페가 있었다. 현지에서 사귄 미국인 친구들이 하도 '보바', '보바' 거리니 '대체 보바가 뭔데?' 싶었는데 버블티였다. 젊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료였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거의 사먹지 않는다.
타코와 부리또는 미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길거리에 푸드트럭이 있다? 높은 확률로 타코와 부리또 트럭이었다. 특히 새벽에 클럽 앞에 쭉 서있고 다들 홀린 듯이 사먹는다. 한국인 친구는 부리또를 그야말로 사랑했다. 양이 많아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며 가성비가 아주 좋다고 매일같이 먹던 친구였다. 나도 친구가 그 맛이 궁금해 퇴근길에 사보았는데 한창 먹다가 머리카락이 나온 후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다. 푸드트럭은 위생이 아무래도... 맛은 고기가 든 포케를 또띠아에 말아놓은 느낌이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 입맛에 딱 맞지도 않았다.
음식과 관련하여서는 추후 더 할 이야기가 많다. 보일링 씨푸드, 치오피노, 클램 차우더, 다양한 브랜드의 햄버거 등 그립고 그리운 음식이 정말 많다. 한국에서 지냈다면 접하기 어려웠을 음식을 먹으며 문화적 시야와 미각의 범위가 눈에 띄게 넓어졌다. 특히 음식의 경우 다른 경험처럼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 하기도 힘든 주제라고 느낀 적이 많아 대화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강제(?)적으로 펼쳐진 낯선 타국 생활이 여러 경험으로 나를 이끌어주었지만 그중에서도 음식 문화가 가장 다양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그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닌, 그 지역 사람들과 같은 일상을 공유하며 일원으로 스며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