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애, 천천히 마음을 열어보려 한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글을 쓴 시점 기준으로 이제 고작 하루다. 지난 8월 중순의 이별 후 지독한 4개월을 보내고 새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이 만한 사람 없다고 징징, 새로운 사람 못 만날 것 같다고 징징거릴 때 주위 친구들이 보살처럼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라고 했는데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아직 지난 인연을 완전히 잊은 것도 아니고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 종종 눈물도 흐른다. 과연 이것이 사랑의 감정이 남은 것인지 동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에너지와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인연은 독특한 계기로 만났다. 너무나 독특해서 특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세히 이야기할 순 없지만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소개팅에서 만나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기회가 된다면 푸는 걸로ㅎㅎ) 사실 큰 기대를 하고 나가지는 않았다. 평소 '나는 솔로' 덕후라 연애를 할 때에도(!) '솔로 나라'가 너무 재밌어 보여 출연에 대한 갈망이 마음속 한구석에 있었다. 그 와중에 이별도 했겠다, '나는 솔로' 비슷한 느낌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지원했고 당첨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찌어찌한 과정을 통해 상대와 매칭이 되어 2주 정도 연락을 이어가다 어제 고백을 받았다.
생각보다 새로운 인연을 빠르게 만나니 얼떨떨한 기분이다. 서른한 살 평생 남자친구라고는 한 명밖에 없었던 내가 1년 반의 연애 후 고작 4개월 만에 새로운 사람과 교제를 시작했다는 게 신기하다. 소개팅을 그렇게 해도 잘 되지 않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애는 무슨 연애~ 그냥 혼자 지내자.' 했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인연을 만난 것을 보면 정말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이제 이틀차기 때문에 이 관계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이전 연애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조차 싫었던 내 모습을 변화시키고 상대방을 더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연애를 시작해보려 한다.
어젯밤에는 교제를 시작하게 됐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대망의 그 소개팅 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화와 내 마음을 알고 있는 친구였는데 마치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게 안쓰러웠던 듯하다. 그리고는 '아주아주 축하한다'며 '엄청 엄청 행복해야 해'라고 카톡을 보내왔다. 순간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릴 뻔했다. 누군가 내 행복을 바라는 말을 이렇게 한아름 해주다니. 누군가와 새로운 연인의 관계를 맺고, 친구에게서 이런 예쁜 말도 듣고. 어젯밤은 정말 행복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몸과 마음 모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