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알려주지 않은 것들
이별, 좋은 점도 있구나
물론 나에게 정말 많은 힘듦과 고통을 준 이별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큰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어쩌면 이별, 그러니까 둘 중 한 사람의 결정 혹은 둘의 합의로 관계를 끊어내는 과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가장 본격적인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별을 겪은 후만큼 과거를 돌아보는 때는 아마 없을 것이다. 엉엉 울면서, 때로는 아련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상대와 보낸 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니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한 건 없는지, 그 사람은 왜 그런 결정, 행동, 말을 한 것인지 하루 종일 곱씹는다. 이런 시간을 몇 달 보내다 보면 다음 연애에서는 '이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라든지 '이런 부분은 사귀기 전에 미리 확인해 봐야겠다' 등의 가치관이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32살이 되어서야 이 과정을 겪었으니 스스로를 너무 늦게 돌아본 것이다. 그저 막연하게 "연애는 젊을 때부터 많이 해봐야 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는데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 외에도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나를 제외한 주위의 모두가 연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운했던 점이 정말 많았다. 연애를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이가 소원해지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느낌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당시에는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을 더 각별하게 생각하고 나와의 관계를 소홀히 여기는 것이 그저 이해되지 않았다. 친구와 연인이 대체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인지 고민도 많이 해보았으나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서른 하나, 첫 연애를 시작하고 친구들을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친구는 서로에게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내 모든 면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지만(보여주면 아마 절연 엔딩...) 연인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치대는 것을 좋아하여 부모님과 손을 잡고 포옹하거나 친구들에게도 항상 먼저 팔짱을 낀다. 그러나 그 빈도나 정도는 당연히 연인에게 하는 것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모습까지 받아주고 좋아해 주는 상대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그와 심적으로 더 가까워지나 보다.
이렇게 가까워지다 못해 나와 동일시가 되어있는 상대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마치 몸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 어마어마한 상실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 종일 그 생생한 아픔 속에서 관계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다른 지인과의 절연, 친구와의 절교와는 사뭇 다르다.
느지막이 겪은 이 과정 덕분에 스스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다. 이별 초반에는 다시는 연애 안 한다고, 깊은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은 이별을 포함한 사랑의 그 모든 과정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성장으로 이끌어줌을 이해했기에 다음 인연이 기대된다. 만약 다음 인연이 생긴다면 이전 연애보다 더 성숙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