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임성근 셰프의 열정 앞에서

멈춰 선 질문 하나, 내가 하고 싶은 것

by 열닷새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 2. 마지막화까지 나온 지금, 나 역시 최근 들어 가장 재밌게 보았던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을 보지 않아서 생각 외로 참가자들 사이의 기싸움 가득한 경쟁보다 응원해 주고 으쌰으쌰 해주는 분위기에 놀랐고 빠르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 응원하지 않고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열정맨 임짱과 사회에 찌들어버린 나


image.png 5만 가지 소스 고수, 임성근 셰프


처음에는 그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요리하는 셰프들이 멋있어 보였는데 갈수록 노장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성근 셰프가 눈에 띄었다. 2라운드 팀전 당시 소스를 5만 가지나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시는 모습에 순간 예능이라는 걸 잊고 드라마나 영화 속 일종의 '패배 플래그'라고 생각했다. 혹시 잘못되어 다른 셰프들의 원망을 들으면 어떡하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김희은 셰프가 임성근 셰프의 소스를 맛본 후 엄지를 추켜세우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한 분야를 너무나 사랑하고 열심히 한다면 또 그만 한 실력이 뒤따른다면 저런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그분의 진가는 그때부터였는데 계속되는 경연 속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요리에 애정을 가지고 임하시는 모습이 매우 감명 깊었다.


임성근 셰프를 보면서 반성을 참 많이 했다. 저 경력과 연세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즐거워하시는데 나는 고작 30대 초반인데도 생기를 잃고 하루하루 되는 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경연에 지치실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셨던 것 같다. 심지어 항상 밝은 표정이셨다. 저조한 평가에도 '그럴 수 있다'라고 하시며 다시 도전하고, 도전하고... 나였다면 진즉 실망하고 남들 눈을 의식하는 성격 탓에 부끄러워하면서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풀이 죽어 다음 도전도 하지 못했겠지. 젊은 사람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시는 모습이 정말, 정말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남아버린 질문 하나


최근에 사람들 사이에서 임성근 셰프의 인기가 엄청난데 아마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요리에 대한 열정, 긍정적인 에너지, 여러 채널을 통한 팬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따뜻함과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더 연세가 많으신 후덕죽 셰프나 선재스님도 마찬가지다. 요리 그 자체를 즐기고 재료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끼시는 게 방구석 1열의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인지,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과연 저 셰프들처럼 행복과 열정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평생 계속될 질문이지만, 흑백요리사 2를 보았던 요즘 들어 더 자주 되뇐다.


"내가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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