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미뤄온 서른 셋의 질문
요 몇 주간 이렇다 할 글감이 떠오르질 않는다. 일주일에 한 편은 무조건 올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스스로도 답답할 노릇이다. 사실 인생에 있어 큰 기로 앞에 놓인 지금 마음이 싱숭생숭해 머리가 더 복잡해진 기분이다. 하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 담은 채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삶을 살아온 나는 돌이켜보면 모든 게 후회였다. '이때 해볼걸,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전해 볼걸'.
대학교를 막 졸업했던 2018년, 당시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정말 늦었고 특히 내 천직이라고 믿는 아나운서는 꿈도 꾸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갓 24살, 마음만 굳게 먹고 준비를 시작했다면 지금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때는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이야말로 진짜 늦었는데.
그렇게 어영부영 일개 사무직 직장인의 삶을 살던 지난 2024년 말,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다. 1년이 넘도록 연차와 공휴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행은 쳐다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니 생각보다 쉬운 결론이 나왔다. 나름 특기라고 생각하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자고 다짐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대기업의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나오는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진짜 준비해야지, 진짜 생각해야지 하면서 회피했던 게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직장과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글감과 의지 둘 다 잃어버린 지금을 보면,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로 병행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퇴근하면 그저 뜨개질 같은 정적이고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동만 생각난다. 오빠는 나중에 후회하느니 일단 시작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해주었는데 사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가 뒤따를 것 같다. 매주 주말,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생각해 보곤 하는데 사실 깨어있는 시간 내내 짐을 하나 얹고 있는 기분이다.
2026년 새해 첫날에는 일출을 보았다. 대운이 바뀐다는 나의 올해, 33살. 올해는 어떤 선택이든 내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될 것 같다. 진로를 바꾼다면 정말 큰 전환이 될 것이고 바꾸지 않는다면 겉은 안정된 듯 보이겠지만 마음에 큰 파도가 일렁이겠지. 어떤 변화가 생길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상황에서 해를 보며 소원을 빌자는 말에 냅다 '들숨에 재물, 날숨에 건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큰 성공보다도 올해는 부디 어떤 선택을 하든지 많은 후회가 뒤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