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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Jul 10. 2018

내 고향 변산에는

친구들도 있고 첫사랑도 있고 웬수도 있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한 개인의 사연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의 삶을 수긍하게 되고, 그의 꼬인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변산’을 통해 학수(박정민)라는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자.  


 


여기, 쇼미더머니가 시즌6가 될 때까지 꾸준히 도전한 학수(a.k.a심뻑)가 있다. 실력 있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라고 소문이 나긴 했지만 번번이 탈락을 면치 못했는데 이번에야말로 기회가 온 듯하다. 멋지게 싸이퍼를 해내고 본선까지 진출한 심뻑! 매드크라운과 던밀스, 도끼와 더콰이엇이 눈여겨보는(변산은 무려 매드크라운, 던밀스, 도끼, 더콰이엇이 나오는 영화다!) 시즌6 참가자 심뻑은 이번엔 잘 나가나 싶었는데 역시 여전한 방식으로 탈락의 고비를 마시게 된다. 그 무렵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학수는 본의 아니게 고향인 변산으로 소환당한다.



학수x아버지

학수가 가진 힙합정신의 모태는 아빠를 향한 분노라고 본다. 어쩌면 시인이 될 수도 있었던 학수의 감수성은 아빠가 만든 불행한 가정을 감당할 수 없었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자 문학소년은 고상함을 버리고 삶을 가사로 고발하는 힙합을 택했다. 가난한 고향의 시인은 질척거리는 인생을 뒤로하고 상경한다. 서울엔 진흙탕 같은 변산을 떠난 그저 그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발레파킹 하는 심뻑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유년시절을 제공한 당신이 돌연 듯 나타났다.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병상에 누워있다. 참 가지가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아버지를 대면하자마자 학수는 활화산처럼 폭발하고야 만다. 분노와 오해로 점칠된 둘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는 학수의 인생과도 닮아있다. 



학수x선미

가난한 고향이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다는 걸 알려준 그다. 보고 있으면 슬픈데, 이쯤 아름다우면 슬퍼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노을이었다. 그는 그런 노을을 닮았다. 시를 쓰는 학수가 멋있었다.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선미는 학창 시절 우상과도 같았던 학수를 불러낸다. 그때 딱 그 모습을 기대하며. 근데 어쩌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 완전해진다지만 십여 년 뒤에 만난 학수는 첫사랑의 환상이 몽땅 깨져 아스라 질 정도다. 과거의 흑역사로는 모자랐는지 여전히 흑역사 대방출 중이시다. 심지어 아빠에게 하는 행동은 문제 청소년보다 더 위아래가 없다. 아직도 미경이만 보면 헤벌쭉 웃는 것도 재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학수기에, 그는 그 자체로 노을을 닮았기에 선미는 그의 곁을 맴돈다. 노을 매니아를 건네보기도 하고 호로자식이라고 욕을 해 싸다 그것도 안되면 싸대기도 때려보며.




내 고향은 폐항.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과거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살며 겪었던 기쁨, 노여움, 좌절감이 우리를 만들기 때문에 과거가 없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의 흑역사는 학수를 초대하고 머무르게 하며 결국은 스스로를 인정하게 한다. 그냥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는가. 돈도 없고 가정은 풍비박산 났는데 애매한 재능이 남았다는 걸 알게 될 때. 그 재능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아무리 용써봐도 뾰족한 수가 없을 때. 우리는 비빌 언덕에 찾아가 객기를 부리지 않는가. 막장도 이런 개막장이 없는 학수 위로 고향의 모든 것들이 내려앉는다. 마치 노을처럼. 가난한 고향, 가난한 학수, 가난한 과거. 마지막 주먹까지 탈탈 털어낸 학수는 이제 고향과 화해하고 찐한 키스를 할 차례다.



번외로, 

학수x박정민

아, 그는 뭔가요. 사람들은 그를 노력하는 천재라고 하던데 정말 그러더이다. 처음 봤던 그는 이념에 불탄 송몽규였고(영화 동주), 재작년 유럽여행의 마지막 밤에 만났을 때는 쓸만한 인간(박정민의 저서)이었으며, 가장 최근의 그는 작사까지 직접 하는 래퍼 심뻑(영화 변산)이 되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팬심이 타올라 박정민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요리조리 서치 하던 와중엔 그림 그리는 인스타 계정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잖아요, 정말. 동시대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에요. 당신이 좋아하는 연기에 대한 몰입에 경의를 보냅니다. 오래오래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그렇게 살아요 박배우. 이번에도 감사합니다.



박정민 그림 계정

https://www.instagram.com/therestarter/

쓸만한 인간

http://www.yes24.com/Cooperate/Naver/welcomeNaver.aspx?pageNo=2&goodsNo=32734709

변산에 관한 박정민의 짧은 글 3편

https://brunch.co.kr/@bs2018



p.s

그냥 너무 좋아서요. 팬심으로 홍보해봅니다. 영화도 오지게 재밌구요! 이런 영화 보여준 브런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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