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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May 16. 2018

미친듯 사랑하는게 어떤건지나 알고 우린 사랑을 하는걸까

<라이크 크레이지>



애나(펠리시티 존스)는 그랬을 것이다. 

품을 파고드는 캘리포니아의 포근한 기후가 있고, 총명한 대학시절이었다. 첫 데이트를 하면서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좋았을 것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난생 처음 누군가에게 자신의 글을 읽어주었을 땐 시간이 멈춘 듯 했을 것이며,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그 애의 눈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다 받아내줄 것처럼 여겨졌을 테다. 비자가 만료되는게 뭐 어때서. 그건 세상이 만든 룰이고, 우린 지금 우리만의 세계에 속해있다.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가 않다. 맹세를 한다. 너를 사랑하겠노라고, 미친듯이.



제이콥(안톤 옐친)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삶에 누군가 들어왔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해안가를 걷는다.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뵙기도 했다. 약간 긴장되지만 술을 마시며 가족이 되어보는 경험이 나쁘지 않다. 그녀의 의자가 불편해 보여, 군더더기 없이 편안한 의자를 만들었고 세상에 하나뿐인 그 의자는 자신을 닮은 듯 하다. 의자 하부 귀퉁이에는 이렇게 새긴다. 라이크 크레이지. 미래가 어찌될런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미친듯이 그녀를 사랑한다. 함께하고 싶다. 아무것도 우리를 떼어놓을 순 없어. 



사랑은 봄날처럼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공중 위로 몸을 붕 띄운다. 세상의 이치는 보이지 않고, 오직 눈 앞에 있는 상대방만 보인다. 사랑에 빠지는 그 느낌을 잃고 싶지 않다. 볼을 맞대고 우리가 함께하면 이 느낌이 영원할까. 미친듯이 널 사랑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널 사랑할 수 있겠지. 우리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지만 난 변하지 않아. 이 시간을 인내하면 우린 다시 예전과 같아질꺼야.


건설적이지 않은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착각하게 한다. 문제는 첫사랑의 대부분이 건설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어려서, 삶의 경험이 별로 없어서, 특히나 사랑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아직 알지 못하는 시기는 나의 반을 덜어내고 상대의 반을 채운다는게 어떤 고통을 수반하는지 알 수 없다. 애나와 제이콥은 미친듯이 강렬한 사랑에 휩쓸려 첫단추를 잘못 끼웠고 공중에 떠있던 그들의 발은 현실을 딛기 시작한다. 



우리가 물리적 거리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애나는 미국 입국이 아직도 금지되어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진다.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고, 사업도 잘 되어가고 있다. 결정적으로 지금 당장 내 손에 닿지 않는 그만을 바라보기에는 난 너무나 외롭고, 연약하다. 그리고 옆에 마련되어 있는 매력적인 이성이 있기도 하고. 완벽하다.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하는 것만 빼고는.


아이러니한건 기쁜 소식이 생겼을 땐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상대가 너라는 것이다. 사랑에 빠졌던 시절을 잊을 수가 없어. 찬란했던 시절이었다. 내게 와주면 좋겠어.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영화는 화려한 기술을 첨가하지 않았다. 앵글은 다소 흔들리고 대화는 평범하게 이어진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관객이 영화관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도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친듯한 사랑의 결말을 예감 하면서도 감히 사랑을 하려 드는 애나와 제이콥. 그건 어쩌면 사랑의 환영에 취해있는 우리의 민낯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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