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세상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어.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흐르기도 해. 예를 들어볼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은 밥을 두 시간에 한 번씩 먹는대. 그 시기에는 위가 달걀처럼 작아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거든. 엄마 입장에서는 밤이고 낮이고 두 시간마다 아기를 먹여야 하기 때문에 뒤돌아서면 다시 밥 먹이는 시간이 돌아오는 것 같이 느껴져. 이럴 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지
반면 아주 느리게 흐르는 시간도 있는데 내게는 너의 미래를 그릴 때가 그래. 아직 울음으로만 의사를 표시하는 네가 걷고 뛰고 나아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상상을 하면 글쎄 너무 비현실적인 거 있지. 그때가 오기는 올까, 오더라도 얼마 큼의 나날이 흘러야 할까 싶고
그러다가도 그릇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파열음에 깜짝 놀라는 너를 보면 벌써 귀가 트여버린 걸까 하며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 목에 힘을 주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 때도 그렇고.
찬송아. 앞으로 클 일만 남았는데. 네가 몸을 뒤집고, 바닥을 기어 다니고, 걷기 시작하면 다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데. 꽉 움켜쥐려 해도 손 틈 새로 빠져나가는 물처럼 자꾸만 훌쩍 크는 너를 보며 조금 슬플 때가 있다. 성장할수록 삶은 고통을 요구할 텐데 지금처럼 순진무구한 표정과 몸뚱이로 이 시간을 오래오래 누렸으면 하거든
엄마는 지금의 너를 될 수 있는 한눈에 많이 담아둘 거지만 그래도 조금은 천천히 커도 돼. 너를 볼 때만큼은 고요한 들에 홀로 있을 때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를 소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