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지영 Oct 21. 2022

먹고 자는 것


찬송. 네가 태어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어. 천장의 등을 빤히 쳐다보다 씨익 입꼬리를 올려 배냇짓을 하는 너를 보며 나는 하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어져. 너 하나면 족해서 더 바랄 게 없는 거지.


넌 어떨까. 지금 네게 가장 중요한 건 먹고 자는 것이겠지. 실로 이 두 가지가 전부일 거야. 잘 먹어야 잘 자고, 잘 자야 잘 먹을 수 있으니까.


어른에게도 밥과 잠은 가장 중요한 일이야.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니까. 그런데 어른들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은 것처럼 살고는 해. 얼마나 인정받는지, 또 얼마를 모았는지, 높이 올라가는지를 따지느라 먹고 자는 것을 놓치는 어른들이 많단다. 이상하지?


엄마 역시 이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데 요즘은 더 그래. 다만 예전에는 나를 위해서 밥과 잠을 줄였다면 지금은 너를 위해서라는 점이 달라졌지. 네가 단잠을 자고 일어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엄마는 삶의 패턴을 조절하고 있어.


누군가의 먹고 자는 문제를 두고 이렇게까지 기도하는 날이 오다니. 새벽에 오도카니 앉아 너에게 밥을 먹이는 내 모습을 보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내가 너만 했던 시절에 엄마가 나의 밥과 잠을 위해 밤낮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였음을 짐작하게 돼. 이 땅의 모두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소중한 존재였지.



이전 09화 천천히 자라도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