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세상살이에 적응하느라 많이도 울었지. 이제는 제법 눈물도 뚝뚝 흘릴 줄 알고. 울며 잠든 너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데 그새 까맣게 속눈썹이 자라났더라. 물기가 어려 한층 짙어진 네 속눈썹은 눈물을 먹고 훌쩍 큰 걸까.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뱃속에 있는 널 보려고 병원에 갔었어. 흑백 모니터를 통해 꼬물거리는 네가 신기해서 아기가 왜 자꾸만 움직이는 거냐고 물었지. 의사 선생님이 무심코 말하길,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당연히 움직이는 거래. 그 말을 듣고 머리에 불이 켜진 것 같았어. 생명은 움직이는 것. 움직이는 모든 것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구나.
생각난다. 초음파로 너를 처음 만나던 날 손톱보다 작은 심장이 빠른 속도로 깜빡이고 있었던 거. 그때부터 너는 움직임으로 생존을 알리고 있었어.
흐르는 냇가나 양지바른 초원에 우뚝 선 나무에서 막을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듯 너의 속눈썹에서도 동일한 기운이 감지돼. 성장하는 것 또한 다시는 뒤로 돌아오지 않는 움직임이니까. 지금은 너의 양쪽 어깨가 손 한 뼘 안에 들어오는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양팔을 벌려 감싸 안아도 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날도 오겠지. 손톱만 했던 심장이 어느덧 자라나서 들숨과 날숨을 쉬고 있는 지금의 네가 된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