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지영 Oct 26. 2022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찬송. 자는 동안 한 움큼 자라 버릴까 봐 모로 누워 너를 바라보던 새벽, 요 근래 두려운 것이 너무 많아진 나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안은 곰팡이처럼 마음속에 포자를 퍼트리지. 아기들은 자면서 성장한다는데 네가 안 자면 잘 크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반대로 잘자면 숨은 쉬고 있는 건지 염려되어 자꾸 방에 들어가서 잠든 너의 들숨 날숨을 살펴. 너의 숨은 너무 여려서 한참을 관찰해야 하는데 가슴팍이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안심하는 내 꼴이 우습다가도 이런 나의 불안이 너에게 전염되는 건 아닌지 또 불안해하는 모습이라니. 내 마음을 열어 본다면 아마 불안의 포자들로 까맣게 차있을 거야.


사랑은 두려움을 내어 쫓는다는데 엄마는 어째 사랑할수록 자꾸 두려워만 지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작은 불행들로 채우다니 난 왜 이리 어리석을까. 불가능에 이르려할 때 사람은 불행해지는 법인데, 닿지 못할 영역까지 너를 보살피고 싶어서 그런가 봐. 이 편지를 쓰면서도 네가 있는 방향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는지.


만물을 알맞게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너 또한 그렇게 키워가실 줄 순전히 믿고 싶어. 나는 완전하지 않지만 이 믿음만큼은 완전하고 싶다. 오늘도 너의 밤이 평안하기를 기도하는 엄마가.


이전 13화 백 개의 표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