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지영 Oct 27. 2022

우리 가끔 사과나무를 보러 가자


찬송. 영월에 갔던 날을 기억하니? 전날 종일 비가 내린 덕분인지 단양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길이 무척 청명했어. 금빛으로 익어가는 논길을 지나고, 수확을 마친 옥수수밭도 보며 마음이 포슬포슬해졌는데. 고추밭을 지나며 맡은 알싸한 냄새를 뱃속에 있던 너도 느꼈을까?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는 절경을 보고 돌아오는 길, 국도 어딘가에서 사과나무를 보고 우리는 속도를 줄였어. 무성한 잎사귀에 수채화로 칠한 것 같은 사과가 주렁주렁. 너무 크고 어여뻐서 주인분께 사과를 살 테니 과수원을 조금 구경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했어. 줄곧 도시에서만 살았던지라 처음 본 과일나무를 더 오래 보고 싶었거든.


잠시 둘러보는 정도였는데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지에 알알이 맺힌 사과들이 눈에서 떠나질 않더라고. 관광지 공용 화장실에서 아빠가 사과 한 알을 씻어줬는데 물이 많고 참 달았어. 너를 품고 있던 내내 입이 써서 단맛이 배가 되었을 수도, 그 도시에서 제일 맛있는 대표 과일을 먹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 평생 먹었던 사과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건 자신할 수 있지.


너도 쭉 도시에서 자라는 어린이가 될 테지만 우리 가끔 사과나무를 보러 가자. 사람보다 초록이 많은 곳에서 네 마음밭에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바래.


향긋한 향까지 나는 것 같던 영월의 사과 과수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