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내내 비가 내리네. 날이 흐려 너의 침대 커버가 잘 마르지 않아 요 며칠 엄마 아빠와 함께 자는데 평소보다 더 깊이 자는 것 같아. 아빠의 코골이도 자장가처럼 들리는가 봐.
옛말에 ‘내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안다’는데 너를 낳고 나서 엄마는 눈에 보이는 모든 아기가 애틋해졌어.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아이들도 말이야. 이상하지. 너의 엄마가 되었을 뿐인데 모든 아기의 엄마가 된 것 같은 게.
찬송아. 믿기지 않지만 지금 지구상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전쟁이란 더 많은 힘을 가지려고 다른 나라를 빼앗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들을 헤어지게 하고 아프게 만드는 거야. 엄마는 오늘 전쟁통에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봤어. 너보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이 막 우는데 마음이 저릿하더라. 꿈을 키워야 할 시간에 불안과 공포만 배울까 봐 겁이 나. 배불리 먹고 뛰놀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우리는 사랑하려고 이 땅에 태어난 건데.
오늘 밤에도 안전장치 하나 없을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그리고 너를 위해서도. 한없이 고요한 이 밤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이 땅의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빌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