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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Oct 30. 2022

이런 세상을 물려주어 미안해


찬송아. 간밤에 서울을 잠궈버릴 듯이 많은 비가 내렸어. 이런 호우는 115년 만에 처음이래. 널 기르느라 바깥 소식에 둔한 엄마도 이번 비는 체감이 되더라. 동네 천도 넘칠 것처럼 위태로웠던 거 너도 봤지? 네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여름인데 세상은 물바다 천지네.


뉴스에서는 연일 마음이 내려앉는 소식만 들려와. 이번 비에 터전을 잃은 이도, 가족을 잃은 이도 있거든. 까닭없이 쏟아진 비는 하루 아침에 많은 것을 쓸어갔어. 그런데 생각해보면 까닭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


너에게 이 현상들을 뭐라고 설명해주어야 할까. 엄마가 어렸을 때 지구는 어땠냐고 네가 묻는다면, 마냥 아름답고 평화로웠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예측 가능한 날씨였다고 답하겠지. 지금의 지구는 왜 이러느냐고 되묻는다면 엄마 아빠를 포함한 많은 어른이 지구를 낭비하고 함부로 대해서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꺼야. 그게 사실이니까.


그때마다 무심코 버린 일회용품이 생각날 것 같아. 한 철만 입고 버린 옷가지도, 냉장고에 두기만 하다가 버린 음식도 떠오를꺼고. 덜 사고 덜 버린다 하면서도 눈 감고 버린 무게만큼 후회로 되돌아올 걸 지금도 잘 알아서 이제라도 실천하는 중인데 벌써 늦어버린 걸까.


이 순간에도 기후 재난은 가속화 되는 중인데 네가 자라는 동안 수백번도 더 되는 큰 비가 내리겠지. 너는 유독 땀이 많은 아기인데 너의 나날이 오늘보다 더 더울 것 같네. 이런 세상을 물려주어 미안해. 비가 집을 부술 듯 쏟아져도 너의 밤만은 고요하기를.


다음 날, 해가 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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