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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Oct 25. 2022

백 개의 표정



찬송. 어제는 분명 아기 원숭이였는데 오늘은 눈매가 조금 더 의젓해진 것 같네. 먹이고 놀고 재우는 모든 순간에 너의 얼굴을 살피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걸 보면 잡을 수 없는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것 같기도 해.


요 근래 표정도 풍부해졌어. 그새 부쩍 자란 모양이야. 특히 입면 할 때 너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여러 표정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더라고. 눈꺼풀 위로 잠이 내려앉으면 너는 작은 흉곽을 들썩이며 히죽 거려. 나중에 장난꾸러기 어린이가 되면 자주 지을 표정이겠지. 그러다 이내 처연한 무음의 울음을 뱉는데 늦은 밤 일과를 마친 노동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 악을 쓰며 잠을 거부하던 어느 날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얼굴에서 변덕스러운 삶을 살아낸 노인의 얼굴까지 비쳤다는 게 믿어지니? 티 없이 무구한 너의 얼굴에서 나는 세상만사를 보고는 해.


네 얼굴에 인간의 생애가 담겨있는 걸 알았을 때 너도 하나의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 하나를 온전히 알면 우주를 아는 거겠지만 너 하나 온전히 아는 건 불가능하므로 나는 우주도 인생에 대해서도 사는 내내 배워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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