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다들 그러더라. 엄마나 아기나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좋을 때라고. 그래. 탯줄로 이어져 있을 때가 편하긴 했어. 내가 먹은 음식이 너에게 알아서 전달되었으니까 따로 네 몫의 끼니를 챙기지 않아도 됐었고, 너 역시 팔다리를 뻗어도 자궁이 감싸주니 얼마나 안전함을 느꼈겠어. 거기다 온도도 습도도 최적으로 맞춰져서 감기나 고열에 시달릴 걱정도 없고 말이야. 여러모로 편했지.
그러나 세상을 편하게만 살 수는 없는 법. 너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는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해. 이제 배가 고프거나 용변을 누었을 때 즉각 해결되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허기지다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온 힘 다해 울어야 하겠지. 또 배가 고플 때도 이전과는 다르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힘을 다해 밥을 먹어야 할 거야. 그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오죽하면 젖 먹던 힘까지 다하라는 말이 있겠어. 당분간 우리 둘 다 젖 먹던 힘을 다해 삶에 적응해야 할 거야.
그럼에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 실재하는 너를 보고 만지고 맡을 수 있기 때문이야. 완벽하게 타인으로 존재하는 너를 보며 나는 무수한 탄성과 그와 비례하는 절망을 느낄 테지. 그리고 그런 날들의 반복으로 살아있음을, 너를 절절하게 사랑하고 있음을 실감할 거야.
찬송. 삶이 아무리 고되고 벅차도 가장 좋은 한 가지만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기꺼이 걸어갈 수 있대. 우리 뱃속이 그립지 않을 만큼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