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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Oct 17. 2022

엄마 아빠를 잘 부탁해


아프리카에는 이런 속담이 있어.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허나 이곳은 전 세계 출산율이 가장 낮은 2021년 대한민국. 아기 울음소리라고는 네 목청이 유일한 이 마을에서 엄마 아빠는 분초를 쪼개가며 너를 키우고 있어. 


육아도 하나의 문화라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면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될 텐데 우리는 오랜 시간 아이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왔거든. 책상에 앉아 머리만 쓰며 지내는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다가 네가 신체로 보내는 사인을 알아채려니 정말 하나도 모르겠는 거 있지.


젖을 물리고 트림을 시키고 잠까지 재운 뒤 이제 허리를 펼만하면 또 네가 밥을 달라고 우는 패턴의 연속. 신생아 때는 먹고 자는 것만 잘하면 된다는데 네가 반나절 내내 눈을 반짝거리면 이렇게 안자도 되는 건지 싶고, 또 너무 자주 먹다가 탈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염려되고. 근심 걱정이 쌓였는지 어젯밤에는 네가 잠든 틈을 타 조금 울었어.


그러다가도 쌕쌕하고 가쁘게 숨을 내쉬는 너의 호흡이 들려 벌떡 일어나는 나는 예전 하고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아직 머리 문도 닫히지 않은 네가 혹여나 상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게 얼마나 우습고 애처로울까. 장성한 어른 둘이 솜털 같은 너를 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게.


찬송. 밥 먹을 타이밍을 조금씩 놓치더라도 기저귀가 자꾸 흘러내려서 아랫도리가 축축해도 조금만 이해해줄래? 우리가 얼른 익숙해져 볼게. 서투른 엄마 아빠를 잘 부탁해.



너와 함께 하는 삶에 빠르게 적응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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