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시대에 아이 낳는 것의 이점

by 윤지영



소설가 백은선은 ‘엄마로 사는 건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을 건너는 일’이라고 했다. 얼마나 엄청난 일이면 그런 전무후무한 표현이 탄생하는 걸까? 이십 대의 나는 그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모른 채 막연하게 아이를 꼭 낳을 거고, 반드시 둘은 낳을 거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먼 세계를 어림짐작하며 당장 코 앞에 주어진 젊음을 부지런히 방랑하며 살았다.


그러는 동안 시대는 빠르게 바뀌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를 낳는 것이 손해이며 특히 여자에게 막대한 피해라는 가치관이 자리한 것이다. 무지성으로 낙관적인 나는 진짜 낳기 전까지는 정말 손해일지 알 수 없으며 일단 내가 바라왔던 일이니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소망하던 대로 아이를 차례로 둘 낳았다. (아들을 둘 낳을 줄은 몰랐지만)


소설가의 말이 맞았다. 정말로 나는 아이 얼굴을 보며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리다가도, 발등에 떨어진 지옥불에 화들짝 놀라며 육아를 했다. 토막잠을 자는 고단함과 씻지 못하는 찝찝함부터 나도 알지 못하던 나의 밑바닥 인간성까지 보는 자괴감까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아우르며 살게 되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내면 수양의 길. 그러나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우면 얻는 이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동네 빵집에 아이들과 빵을 사러 갔다. 빵돌이 둘이 매장을 기웃거리며 이 빵 저 빵 탐색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분께서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면서 갓 나온 소보로 빵을 선물로 주셨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이쁘다는 이유로 공짜 빵을 얻다니! 얼떨떨하게 감사해하며 빵을 안고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지나가던 어르신이 아이들을 보며 너무 예쁘다, 허허허 하며 웃으신다. 주름 가득한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사해지는 걸 보니 무표정이었던 거리가 총천연색으로 바뀌는 것만 같다. 아이들은 그저 똥! 똥! 외치면서 걸었을 뿐인데...


원래 아이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꾸는 힘이 있다. 기본 속성이 그런 데다가 요즘 시대에는 아이 자체가 희소하니 저절로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나야 뭐, 아이가 귀한 시대에 내 아이가 귀히 여김을 받으니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다. 내 아이를 조건없이 예뻐하는 환대를 엄마로서 마음껏 누린다.



한 번은 아이들과 버스에 탔다. 빈자리가 드문드문 나있었다. 나와 둘째는 맨 뒷좌석에, 첫째는 낯선 할머니 곁에 앉게 되었다. 할머니는 가는 동안 첫째에게 나이를 물어보고, 엉덩이를 끝까지 당겨 바르게 앉게 하고, 내릴 때에는 하차벨을 누를 기회도 주셨다. 공교롭게도 할머니와 행선지가 같아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 큰 애를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 때는 다 그랬어. 나라고 애 혼자 키웠게? 내가 애들 키울 때도 할머니들이 얼마나 도와줬다고. 애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 돕고 그러는 거야. 애 엄마 잘하고 있는 거야, 요즘 시대에 장해.


아이 대여섯은 주렁주렁 낳고 키우셨을 어른들이 나를 칭찬한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인데. 계면쩍지만 격려와 칭찬을 그대로 받는다. 칭찬을 사양하지 않을 때 그분들에게 칭찬을 돌려드리는 거라 생각한다. 할머니도 잘하셨어요. 어떤 시절이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많은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일이니까. 먼 시간이 지난 지금이라도 당신의 수고를 내가 안다고 눈 맞춤으로 화답한다. 그렇게 아이를 매개로 대를 넘어 이어지는 연대를 배운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을 때 아이를 낳으면 심지어 금전적인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나라에서 자꾸 돈을 준다. 출산했다고 주고, 몸조리하라고 주고, 기저귀도 무료이고, 아이가 9살이 될 때까지 매달 용돈처럼 돈이 들어온다. 이게 얼마나 쏠쏠한지 모른다. 나아가 어린이집도 공짜, 유치원도 무상교육이다. 무엇보다 기관에서는 애들 점심도 챙겨준다! 삼시세끼 집밥 해먹이는 입장에서 한 끼 더는 일이란 얼마나 숨통이 트이는지 해본 사람은 안다.


요즘 아이들 키우는 걸 보는 어른들은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유치원부터 사교육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떠듬떠듬 가늠해 보면서. 베이비부머 시대에는 누구나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별다른 특권이 없었다. 남들 다하는 것이니 알아서 해야 됐던 것들을 인구절벽의 시대에는 아이 좀 낳으라며 혜택을 퍼부어준다. 원래 낳으려고 했던 내 입장에서는 개이득인 셈이다.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가 보편적으로 유사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말한다. 아이를 낳기를 꺼려하는 시대정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생존과 번식의 개념에서 인류에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대로 이어진 출산이, 한 개인에게 천국도 지옥도 선사하는 이 익사이팅한 수련의 길이 이제는 기피 대상이 된 것이 아이러니하다. 나는 좋은 건 동네방네 널리 알리는 성격이라 지금 이런 글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육아의 세계에 사람들을 초대하려고. 애기 키우는 거 생각보다 괜찮지? 할만하지? 얘기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대와 별개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산다. 혹여나 시대정신에 망설이고 있는 자가 있다면 궤도밖으로 벗어나도 큰 일 따위 벌어지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얻게 되는 의외의 수확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그대여 올라타라. 나와 함께 천국과 지옥을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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