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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이즈음에 배우게 되는 것

by 윤지영



"은행은 가을에 모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눈보라가 치는 첫눈 오는 날에 장렬히 전사한 은행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


"사랑은 개개인의 방식대로, 온 인류가 맞서서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라는 거. 그토록 어렵고 방대하기에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기적만큼 어려운 거라는 사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어색하고 부끄러우며 죄책감도 들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거 같은 이 감정에도 강해질 날이 올 것을 예감하는 것."


"자기 생각, 소신, 신념이 있는 사람. 책에서 보던 그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정말 없다는 것. 나도 은연중에 나의 신념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물론 내가 그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넘어갈 때가 더 많고."


"내가 다니는 직장, 회사의 연봉과 복지가 어느 순간 나를 대변하는 세상에 속할 수 있다. 오랜 친구들조차 나의 기분과 요즘 사는 이야기를 묻는 대신 이것(직장)으로 안부를 묻는다는 점."


"빠르고 정신없이 살수록 잘 사는 거 같아 보이는 어리석은 착각 속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외로움은 평생 함께 가는 친구라는 것을 너무도 많은 어른들이 몰라서, 외로움을 해결하려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지만 그럴수록 더 외로워진다는 점."


"가끔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올 수 있음을. 어... 그럴 땐 얕은 한숨을 쉰 다음 울기를 체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 한 달, 일 년의 시간이 흘러간 것은 아쉬워하는, 우리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도 아직 인생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라는 걸, 어른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주관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남을 아는 나이."


"지금 우리가 말한 것들을 몸으로 부딪혀 알아갈수록 인간의 유한함과 한계, 허무를 보다 짙게 경험한다는 거. 그럼에도 그 안에서 치열하고 아름답게 춤추며 꽃 피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