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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있듯이

고통과 기쁨은 함께 온다

by 윤지영


"고등학생 때 말이야. 그땐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똑같은 옷을 입은 친구들하고 똑같은 책을 펴는, 기계 같은 삶이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이 길의 끝은 성인이 되는 거라고 믿었어. 어른이 되면 지루한 날이 저물고 개혁이 일어날 줄 알았지. 근데 아니더라.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을 가지고 커리어우먼처럼 살 거 같았던 성인이, 막상 되고 나니까 쳇바퀴의 크기만 더 커지고 무거워졌을 뿐 여전히 나는 똑같은 굴레 안에서 돌고 있더라고. 학생 때가 가장 좋은 거라고 말하던 어른들의 의도가 어떤 건지 지금은 백 프로 알겠어.”


“인생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우리뿐만은 아닐 거야. 전보다 자주적으로 선택할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의 책임감도 증가하고. 더 이상 아무도 나 대신 고개를 숙이지 않잖아. 내가 다 감당해야 하지.”


“인생길은 순례길 같아. 멀디 멀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 시간을 돌릴 수 있다 말해준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지는 않아. 피 끓는 성장통을 앓으면서 겪어낸 성장이 사라질 테니까. 동거 동락하면서 내 옆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진짜 친구들도 없어지는 거고. 이게 뜨거운 건지 차가운 건지 손대봐야 알던 피래미 시절에서 이제는 겉모습만 봐도 분간이 되는 내공이, 다 사라지는 거잖아. 너무 아까워.

분명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괴로워질 거야. 하지만 괴로움을 쇄신할 수 있는 만큼의 큰 기쁨도 분명 함께 오겠지. 해산의 고통을 출산의 기쁨이 치유하듯이 말이야. 더 힘들지만, 더 기쁜 것도 있어서 여전히 삶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일 거야.”





삶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동시에 노크를 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예견하건대,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은 괴로워질 것이다. 이전보다 큰 풍채의 고단함과 책임감의 무게가 우리를 눌러댈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버틸 수 있는 더 큰 즐거움과 더 깊은 통찰력, 전보다 끈끈한 관계들이 면역처럼 따라오기 때문에 전보다 더 힘들지만 결국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전자는 나쁜 소식이며 후자는 기쁜 소식이다. 밤이 지고 아침 해가 뜨는 게 당연하듯이, 고통과 기쁨이 함께 오는 섭리를 깨달은 사람은 행복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더라도, 고난의 저녁 뒤에 오는 영광의 아침을 바라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