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는 사소한 통찰
“요즘 어떻게 지내?”
“나 출근 전에 영어 새벽반 듣고, 토요일엔 요가 학원 다니고 있어. 5월쯤엔 친구들하고 로드 트립 떠날 계획 세우고 있고.”
“바쁘네? 내가 널 알고 있던 시간 중에 지금이 제일 바빠 보인다.”
“응. 헤어지고 나니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생기고, 그 에너지가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자존감까지 높여주는 거 같아. 예를 들면, 여행에 가도 의사소통은 필수니까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은. 이런 거 보면 참 잘 헤어졌단 생각이 들어. 연애했을 땐 싸우고 울고 불고 난리 치면서 맨날 누워있기만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 보이는 거 알지?”
“그럼! 만약 헤어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내 시선은 그 사람에게만 속해있겠지. 해방자유다 완전. 근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어.”
“어떤?”
“사고의 전환을 해보면 말이야. 영어공부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거잖아.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용기와, 운동을 하는 꾸준함과, 여행에 필요한 자발성까지. 내가 생각해도 요즘 내가 가동하고 있는 내적 에너지가 참 크거든. 그 전엔 이 힘이 단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전부 쓰였단 거잖아. 나의 신경 하나하나, 아주 사소한 감정선까지 한 사람을 위해.
사랑은,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오롯이 집중시키고 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게 만들었어. 헤어진 마당에 이런 말도 웃기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는 건, 가장 큰 존재의 발견이지 않나 싶어.”
“그래. 결말이 어떻던 사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너는 확장되어 있었으니까. 네 인생의 찬란했던 시절이었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별을 선택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더라도 나는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 그런데 더는 사랑을 하고 있었던 나를 부인하고 싶지 않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 거기도 하지만, 사랑을 할 줄 아는 나 자신을 사랑한 것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