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주는 선물
“나이가 들어가는 게 슬퍼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 사람마다 이유도 제각각이고. 너는 왜 나이 드는 게 슬픈 거니?”
“제가 하고 싶은 게 많은 거 아시죠? 전 아직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싶고 그림도 계속 그리고 싶거든요. 만날 사람도 많아요. 틈틈이 글도 써야 하는데.”
“그 모든 게 하고 싶다니,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근데 나이를 먹으니까 체력이 딸려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기엔 힘에 부쳐요. 여행만 해도 옛날엔 무박 3일까지 가능했는데 이젠 못 그러겠어요. 몇 날 며칠을 식을 줄 모르던 열정도 체력 앞에 두 손 드는 거 같고.”
“네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나이 드는 건 이렇게 우울한 거예요? 포기할 게 너무 많아져요. 늙기 싫고, 계속 젊고 무한하고 싶은데.”
“네 말대로 나이가 들면 포기할 것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란다. 나도 그 좋아하던 전시를 봐도, 이제는 관람하고 나면 조금은 지쳐서 카페에 앉아 당을 충전해야 하거든. 전날 무리하면 오늘은 반드시 쉬어야 내일 쓸 체력이 충전되는 식이지. 점점 평일에 약속을 잡는 게 부담스러워지고 말이야.”
“그런 현실이 너무 우울해요.”
“근데 있지. 그래서 나이가 들면 중요한 게 무언지 알게 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이 듦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다는 한계선을 알려주기 마련이거든. 누구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싶던 일과 해야 할 일 중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돼. 너도 예전에는 사람도 만나고 창작활동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체력의 한계 때문에 둘 중에 보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처럼. 그건 나이가 주는 선물이야.”
“그렇게는 생각을 못 해봤어요.”
“인간이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아. 네 말대로 노쇠한 체력은 열정도 굴복하게 하니까. 그게 순리이기도 하고. 네가 나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손에 있는 것을 쥐고 있으면 때를 놓치고 살게 된단다. 삶의 밸런스를 가져. 집도, 오래된 친구도 시간이 지나면 그윽해지는 맛이 있잖아. 그런 걸 볼 수 있을 때, 나이가 들어가는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맞아요. 그런 건 있죠. 나이 들면서 모두를 만나고 싶은 마음보다는, 진짜 마음 맞는 몇 사람 하고만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단 한 사람일지라도요.”
“그래. 삶은 결국 선택과 집중이고, 나이는 그 과정에 분별력을 제공하는 거야. 나이 듦이 도와주는 선택과 집중에 귀기울 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