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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데

더 힘들다고 한다.

by 윤지영


성경에서 그랬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드라마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다. 풍파와 역경을 헤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결국 학벌과 집안을 초월하고, 괴로운 삶의 모순을 기어이 사랑으로 극복한다.

근데 현실은 그와 같지 않다.






“사랑하면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난 요 근래 한없이 지질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환멸감을 느껴. 그토록 바라던 사람과 연애를 하는데, 나는 왜 더 많은 관심과 집중을 바라는 걸까. 사실 내가 그런 걸 바라고 있다고 먼저 말하기 전에 그 사람이 알아서 착착 맞춰줬으면 좋겠고. 연애하면 남들은 다 예뻐지고 사랑받고 있어서 좋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무엇이 너를 가장 힘들게 해?”


“그 사람이 바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나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것보다 그냥 그 사람의 사랑을 애원하는 거 같은 나의 모습. 나도 쿨하고 싶고 취미나 여가생활을 잘 보내는 사람이고 싶은데 나의 관심사는 그 사람밖에 없는 게 자존심도 상해.”


“이것만 네가 알아두면 돼. 세상에 좋은 게 있으면 반드시 나쁜 게 따라오기 마련이거든. 네가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삶의 영역이 그 사람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그런 사랑의 기적이 좋은 점이라면, 분명히 좋지 않은 점도 있는 거야. 예를 들면 서로 다르게 살아온 문화나 관습을 맞춰가는 과정들, 혼자 있을 때 나는 쿨하고 멋진 사람이었는데 연애를 시작하니 사사로운 감정들에 쓰나미 같은 영향을 받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걸 직면하게 되는 것,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크기보다 내가 더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있는 거 같은 비교의식들.

그니까 제일 힘든 건, 그 사람이 표현에 서툴거나 인색한 사람이어서 나를 잘 못 맞춰주고 이런 게 아니라 그것에 영향을 받고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야. 장담컨대 사랑은 낭만만 가지고서는 더 키워나가질 못해.”


“낭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인데. 우리의 시작은 정말 낭만 같았거든.”


“그래. 너는 성실, 희생, 신뢰 이런 단어들은 진부하다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오래되어서 고리타분해 보이는 이 속성들이 사랑을 롱런하게 유지해주는 연결장치인 거야. 물론 처음은 낭만으로 시작해야 하지. 구름 위를 걷는 거 같은 그런 기분으로. 그렇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건강하고 탄탄해야 낭만도 유지될 수 있는 거야. 신뢰 없는 낭만은 결국 한 치 앞을 못 보는 두 사람의 장님 같은 관계를 파멸로 이끄는 지팡이 노릇을 할 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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