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지 않았다.
“행복한 인생이 뭘까. 너는 어떨 때 행복하니?”
“행복할 때라.”
“응.”
“긴급하게 눈을 떴는데 오늘이 아직 일요일일 때. 뜻밖에 여유가 생겨 친구보다 30분 일찍 카페에 가서 친구를 기다릴 때? 늦을 거 같았는데 지하철이 행운처럼 착착 와서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한 날. 음. 집에 왔는데 엄마가 끓인 찌개 냄새가 맡아질 때 행복해.”
“또?”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벚꽃이 필 때.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다시 갔는데 변하지 않은 풍경을 마주할 때.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 살갗. 그 사람과 하는 대화. 뭐 그런."
“그래.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네. 일상 저변에 행복이 깔려있었어.”
“말하고 보니 그러네.”
“저번 주에 워크숍을 갔는데 강사가 진정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더라.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봤어. 나는 행복하려고 회사도 다니고 여행 계획도 세우면서 살았단 말이야.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현재의 자잘한 행복들은 포기했거든. 승진을 해야 하니까 친구들도 안 만나고, 야구 경기 티켓보다 몇 달 뒤에 떠날 동유럽행 티켓이 더 큰 행복을 줄 거 같았어. 그래서 야구장 안 간지도 좀 됐어. 근데 그게 아닌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야. 사실 친구들 엄청 만나고 싶은데. LG가 맨날 져도 경기 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거든. 행복이 지천에 널려있는데, 이 행복들을 걷어차고 미래의 유예된 행복이 나를 과연 더 크게 행복하게 할까?”
“네 이야기를 들으니 그 일화가 생각난다. 누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지 아마. 노인이 그 사람에게 가서 낚시를 하는 이유를 물었고, 그 사람은 잡은 물고기를 팔아서 배를 살 거라고 했대. 배를 사서 뭘 할 거냐고 물었더니 더 큰 배를 사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거라고 답했대. 더 많은 물고기로 뭘 할 거냐고 물었더니 물고기를 팔아 번 돈으로 시내에 가서 사업을 할 거라고 했나 봐. 사업을 해서 번 돈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린 다음,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의무를 다한 뒤 다시 이 곳에 돌아와서 평화롭게 낚시를 할 거라고 했대. 결국, 지금의 행복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가 봐.”
“그 사람이 나 같이 느껴진다.”
“승진과 동유럽 또한 너를 행복하게 하겠지. 근데 네가 깨달은 것처럼 너의 삶에 숨겨져 있는 작은 행복들도 놓치지 말길 바래. balance life!"
"알았어. 이런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자 복이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