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꾸준함
그녀는 담백하다. 화법도, 생각도 거품이 없다. 약간은 무기력할 수 있는 한가로운 오후에 그녀와 나눈 대화 일부분.
"하고 싶은 걸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하잖아. 하고 싶은데 실력이 없으면 그냥 취미고, 하고 싶은데 실력도 있으면 그게 직업이 되잖아, 돈도 벌 수 있고."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시나리오 쓰고, 영화 연출하는 과정이 일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살면서 꾸준히 한 게 글쓰기 밖에 없더라고. 그리고 글 중에서도 시나리오 쪽에는 크게 창작욕이 없더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지!’ 이런 시도보다는 있는 이야기를 정리한다던지, 리뷰, 에세이 같은 거. 짧은 글 쓰기가 재밌는 거야. 근데 네 말대로 그런 거조차 업으로 삼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해."
"너 실력 있어. 너 되게 담백하게 잘 써. 근데 결국에는 가진 모든 리소스를 활용해서 너를 홍보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거지. 그래서 요새 제일 쉽게 셀프 어필할 수 있는 게 SNS, 블로그인데. 결국에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꾸준히 하는 한 끗이 실력을 검증시킨다니까."
"맞아. 김기덕 감독 영화도 항상 상 받고 이런 게 그 사람이 시나리오가 너무 좋기 때문인데 김기덕 감독은 매일 매일 글을 쓴대. 왜, 글지옥이라고 하잖아. 잘돼서 쓰는 게 아니라 무조건 하루에 한 번은 탈고를 하는 거. 그게 계속 쌓이는 거, 그건 무시할 수가 없는 거구나. 한결같음 앞에서는 아무도 변명할 수 없어. 진짜 천재는 몇 없고 나머지는 다 노력해야 하는 거지."
"결국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긴 시간을 달릴 세팅이 끝나니까. 나는 이런 편이야. 만약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치자. 이 프로젝트를 설정하면 무조건 내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치를 설정한다? 그 다음에 이 길을 뒤도 안 돌아보고 가. 사실 가는 거 자체가 귀한 여정이기 때문에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초반에는 목표를 무조건 설정해. 이게 나의 동기부여의 핵심? 그 순간은 내가 뭔가 이루고 있는 거 같거든. 그리고 실제로 이뤄내잖아? 그러면 아, 내가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었네? 이게 자존감의 일정 부분을 지탱을 해주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목표 설정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거 같더라."
"꾸준함. 되든 안되든 일단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한데. 영화 20년 하신 스틸 기사님이, 뭐든 10년만 뻐팅기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시더라. 배우 중에도 처음부터 잘하는 배우는 지극히 드물다고, 다 10년 정도 지나고 나야 삶의 연륜으로 여물고 스킬이 쌓인다고. 한 분야에서 뻐티고 치대면서 쌓은 10년의 데이터를 절대 무시할 수 없구나 하고 느꼈지. 아. 난 무얼 10년을 해야 하나, 그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