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할까. 뭐라고 적어야 내가 느낀 파리를 그대로 알려줄 수 있을까. 이럴 땐 나는 내가 글 쓰길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어떤 말로, 어떻게 써도 이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래도 써야지. 영어를 못해도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티켓팅을 한 것처럼, 불어를 몰라도 파리에 온 것처럼 말이야.
파리의 명문대학 소로본 대학이 있는 뤽상부르가 나의 첫 유럽, 첫 파리의 만남이었다. 균일하고 아름다운 파리의 건물들. 비행기에서 감탄하던 구름이 이 곳을 감싸고 있었고, 할머니부터 청소년까지 하나같이 무심한 파리지앵. 습도가 없어 가벼운 날씨와 바닥에 곱게 깔린 돌까지 낭만적인 파리의 거리.
우리는 손에 들린 무거운 캐리어를 잊고 그 거리를 계속 둘러봤다. 비행기 안에서도,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도 우리가 파리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는데 그들의 일상으로 들어오니 비로소 체감이 되었다. 열 시간을 날아서 우리가 이곳에 왔구나.
우리 집은 28 숫자가 붙은 건물이었다.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 옆에 달린 노란 우체통이 우리를 반겼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만난 한국 호스트는 잠시 한국으로 출국했다기에, 그녀의 친구가 집을 소개하여주었다.
작은 거실에 검은색 피아노와 소파, 큰 침대 하나, 내 키만 한 커다란 창이 나란히 세 개, 거실의 원목 테이블, 빨간 육각형 블록이 다닥다닥 붙은 바닥. 탱고를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꾸린 뤽상부르의 집, 이 곳이 파리에서 머무는 동안 나의 집이 되어준다.
여행은 타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것과도 같다. 그들에게 익숙한 것이 나에게도 익숙해지고, 그들의 삶의 풍경이 곧 나의 풍경이 된다. 그래서 이 집도 내가 머무는 동안은 나의 집이다. 내가 파리에 집이 있다니! 여기서 안식하고, 하루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니.
집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짐을 풀고 근처를 조금 산책하다가 마트에서 장을 봤다.
파리의 첫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샴페인과 홈메이드 스테이크를 만들었고 가지와 버섯을 구웠다. 음식을 차리고 테이블 위의 똑딱이 스탠드를 켰다. 작고 근사한 저녁이다. 그런데 스테이크를 퍽퍽 고기로 사가지고 거의 고무를 씹는 줄 알았다. 서른 번을 씹어도 고기가 삼켜지지 않았다. 하. 요리도 하던 사람이 한다고 한국에서 안 하던 요리가 파리에서 될 리가 없지. 그래. 그래도 이마저 낭만이다.
간신히 저녁을 먹은 뒤 그림과 글을 시작하려고 올려둔 노트와 펜, 아크릴 물감을 두고도, 들뜬 이 밤이 예술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두질 않는다. 테라스의 벌레 울음소리가, 어떤 음악도 들리지 않는데 음악이 흐르는 거 같은 풍경이, 우리의 몰두를 방해한다. 그렇게 우리가 이 곳에 왔다며 몇 번이고 환호하고 샹송의 밤을 찬사 하다가
쪼르르
잠이 든다.
근사한 파리의 첫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