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을 해주신다고요?

주변의 만류

by 암튼

유복 하지 않았던 유년 시절이었기에 학생일 때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했다. 그 동안 참아온 이 역마살을 살풀이라도 하듯이 그렇게 인천공항, 김포공항, 강원도, 부산 등등 국도, 고속도로, 비행들을 다녔다. 그때 마다 숙소를 고르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꼈고, 호스텔과 호텔보다도 한인 민박이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정말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의 집에 살아보는 경험이 즐거웠다.

‘그래 나는 언젠가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될거야’

라는 꿈이 항상 있었다. 그런데 또 막막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뭐 아무나하나…


커피,소나무, 바다.

강원도가 뇌를 스친다.

제주도만큼 꽂힌 도시로 한 달에 3번의 주말을 강릉/양양에 다녔던 적도 있다. 강원도, 수도권 촌놈에겐 트래킹을 해도, 등산을 해도 바다뷰를 끼고 있는 도시는 육지위의 제주도로 느껴졌다.

퇴근 후 침대에 털썩 누웠다. 핸드폰을 뒤져보았다. 에어비앤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네이버 부동산을 켰다. ‘구옥 주택’. 시골일 수록 블로그에 매도 주택 매물이 올라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도 알아 볼 길이 그것 뿐이라 검색해봤다.

기대하지 않았던 블로그에서 주택하나가 눈에 훅 들어왔다. 바로 연락해봤다.

‘1억 4000만원에 건물 2개를 묶어서 팝니다.’

와 너무 좋다. 그런데 건물 2개는 나에게 필요가 없었고, 1억 4000만원 이라는 돈 조차 없었다. 당연히 주소는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를 하도 많이 다녔기에, 대략적인 주소와 분위기로 그 집을 실제로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주 주말, 홀로 강원도로 건너 갔다. 그리고 발견했다. 골목 어귀에 빼꼼하게 숨어있는 파란색의 낡은 기와집. 귀여운 벽돌타일과 대문짝을 중심으로 양쪽에 달린 창문은 너무나도 내가 원하는 구옥이었다. 집에 굉장히 많이 낡았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는 호재였다. 그만큼 할인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어차피 고쳐서 쓸 건데. 어쨌거나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낮은 담벼락 사이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찰칵’. 그 찰나에 집에 계신 할아버지가 갑자기 창문을 여신다. 나는 부리나케 골목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이전에 실물을 보고 오니 3개월이 지난 후에 생각은 더 짙어져만 갔다. 그렇지만 1억 4000만원은 무슨. 적금도 들지 않는 소비중독인 내가, 어떻게 하겠어. 그래도 이 정도로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일단 은행을 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원은 곧 대출이 생명이니까. 당연히 대출이 안나오겠지 싶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은행에서 아주 친절하게도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나에게 또 대출을 해준다고 하였다. 무려 1억을 말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적혀있는 번호로 연락을 했다. 대박이다. 매도한 주인이 직접 연락처가 닿았다. 나는 파란색 기와집만 필요한 상황이고 돈이 없다고 밝혔다. 매도인도 3개월 전 연락 했던 나를 기억했고, 이제는 얼른 하나라도 팔고 싶었나보다. 매도인이 친절하게 그런 땅을 구분해서 정리해 줄테니 살려냐고 나에게 물었다.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놓은 구옥사진들.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모음 메모장.

두 번의 은행 대출 상담 및 자금사정 파악.

심장이 떨렸다. 결혼도 안했고 아직 30초반인 내가 이걸 하는게 맞나?

결국 선택했다.

안 해도 미련을 갖고 평생 후회할일이라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 내가 딸린 남편이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도전해보자!

그래서 그 주 주말에 또 부동산을 끼고, 주택을 방문했다.

알고보니 그때 집에 계셨던 할아버지는 매도인의 아버지였고, 할아버님은 임대주택이 당첨되셔서 이사를 갈 요량이었다. 그렇게 아들은 이 오래된 건물2채를 얼른 처분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계약금 8월 11일. 11월에 할아버지 임대주택 입주기간이라 잔금을 느리게 가져가고 싶다고 말씀주셨다. 나야 뭐 상관 없었다. 그 사이에 인테리어 공부를 해두어야 겠다 싶었다. 걱정하는 부모님을 뒤로 한 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이 집에서 여행자이자 호스트로 시작하게 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중에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작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무언가를 실행 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두려움도 기분좋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반드시 꼭 남더라.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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